국내외 많은 언론들은 포켓몬 고가 “게임의 룰을 바꿨다”면서 닌텐도의 혁신적 사고가 또 한 번 사건을 만들어 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존의 디지털 게임이 집이나 사무실, 또는 출퇴근 지하철과 같은 특정 지역에서 실행된 것과 비교해 게임 애호가들을 자연공간으로 끌어냈다며 미래형 게임 탄생을 축하하고 있다. 닌텐도의 탄탄한 게임 기술, 그리고 구글 맵을 기반으로 한 구글과의 융합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켜세우고 있기도 하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그러나 무엇보다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자본주의가 앞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그리고 포켓몬 고와 같은 AR 게임 등은 디지털 플랫폼 사용자들의 정보를 모아 놓은 빅데이터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디자이너와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필요한 최소 인력만을 유지하면서 광대한 사용자 정보를 무료로 이용,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 자연사 박물관의 디지털 학습센터 부소장인 배리 조셉(Barry Joseph)은 이와 관련, “포켓몬 고 게임을 하는 것은 구글 맵 게임을 하는 것”이라며, 포켓몬 고 게임을 할 때 특정 장소에서 포켓몬 캐릭터를 사용하고 이를 잡는 게임 형식은 빅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빅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원재료는 개인들이 구글 맵을 사용하면서 남긴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구글은 특히 포켓몬 고의 인기가 더해질수록 게임을 즐기는 개인 사용자들의 정보를 자연스레 모아가고 있고, 해당 정보를 가공해 판매하는 형식으로 또 다른 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구글이 포켓몬 고가 가져다 주는 천문학적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측되는 부분이다. 닌텐도 등 게임 회사들도 게이머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 게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업그레이드된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 정보와 그들의 무료 노동력(free labor)을 바탕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 뉴미디어 회사들의 종업원당 수익률을 비교한 한 자료에 의하면 당시 종업원 수 4619명에 불과한 페이스 북이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위주의 뉴미디어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당시 종업원 수 9만7000명)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적은 수의 종업원으로 최대 효과를 얻었으니 혁신의 대명사로 불릴 만하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면에서 기존의 뉴미디어 기업에 견줄 수 없는 데다, 그 수익 기반이 사용자들의 정보 등 빅데이터라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포켓몬 고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 회사들은 ‘사용자들에게 소셜미디어와 게임의 실행자로서 만족감을 주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다’는 비현실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용자들에게 그들의 정보와 시간과 노력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단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상생경제를 실행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포켓몬 고는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미래 세계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혁신만을 강조한 나머지 사용자들의 권익은 뒷전이라는 점이다. 21세기는 디지털 플랫폼의 사용자들이 생산자로서 자신의 정보와 시간을 제공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통해 혁신의 성과를 나누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