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세상읽기] 조선 시대 백성도 개ㆍ돼지는 아니었다

입력 2016-07-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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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개ㆍ돼지입니다.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속 대사처럼 들리지만,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망언이야. 기자와 저녁밥을 먹다가 한 말이래. 국민의 녹을 먹고 사는 공무원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충격이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는 고사하고, 세 치 혀로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고 있잖아. 그는 “본심은 아니었다”며 눈물로 사죄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냉랭해.

“앞으로 개ㆍ돼지로 살아가야 하는 심정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트위터리안 jiri****) “누구 덕에 졸지에 개ㆍ돼지 축에 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지도층이 나 씨 한 명뿐일까요?” (트위터리안 bluw****)

우리가 나 기획관의 망언에 화를 내는 이유는 간단해. 조선도 아닌 대한민국에 진짜로 보이지 않는 ‘신분’이 존재하기 때문이야. 누군가는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식고문’으로 군대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윗분(?)들의 병역 비리는 그저 옥에 티로 여겨지지. 젊은이들이 1시간에 7000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등록금을 버는 사이,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5년 만에 수백억 원을 모았어. 직장에서 내몰린 조선공이 가족과 생이별을 해도, 재벌 일가의 상속 싸움은 자연스러워.

‘헬조선(Hell+朝鮮)’.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결국 이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흙수저ㆍ금수저로 나뉘는 ‘수저 계급론’으로 파생됐어. 늘 SNS 검색 상위권에 오르는 키워드야. 얼마 전 한 취업 포털에서 직장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헬조선이란 말에 공감한다’고 답했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현대판 신분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지.

물론 먹고살기 팍팍하다 보니 사람들은 금수저들의 이야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아. 그저 ‘사는 세상이 다르다’고 여길 뿐이지. 하지만 이번 나 전 기획관의 화살은 99%를 정조준했어. 사회지도층의 막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우리가 이토록 화를 내는 이유야.

그런데 그거 아니? 조선시대에도 ‘민본(民本·백성이 근본)’이 바탕에 있었다는 것! 흉년이 들면 왕은 관리의 녹을 삭감해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줬고, 전염병이 돌면 직접 고을에 내려가 민초의 안위를 살폈어. 반상의 법도가 있긴 했지만, 백성을 금수(禽獸) 취급하진 않았다는 얘기야. 봉건제 회귀를 주장하는 나 씨는 쉬면서 역사 공부를 좀 더 해야겠네. 조선시대의 애민(愛憫)에 대해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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