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치료하며, 가해자가 아동을 다시 학대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모니터링하는 사회 전체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정부 예산이다. 쉼터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의 수나 전문성 부족 모두 예산부족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아동 학대 사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보건복지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 피해 아동 쉼터 확충, 전문 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 올해 예산으로 1055억8400만 원(국비 503억8800만 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실제 예산은 지난해(488억 원)보다 오히려 100억 원 이상 줄어든 372억800만 원으로 책정됐다. 2013년 OECD 발표 자료 기준 우리나라의 아동 복지 관련 공공 지출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동 학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대 76조 원에 이른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 연구팀은 아동학대의 연간 사회적 비용을 추산한 결과 최소 3899억 원에서 최대 7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대받은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과 피해 아동이 앞으로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신적 질환과 노동력 상실, 범죄 등 후유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모두 합치면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이 투표권이 없고 노인이나 청소년과 달리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예산이 적은 이유로 꼽는다.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아동 학대 예산에는 관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수나 관련 종사자 수도 늘고 법률도 정비됐다. 하지만 아동보호기관에서 일하는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은 학대를 받는 아동을 보호하는 질적 시스템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표적 보호처라 할 수 있는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할 시설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아동 학대 가해자로부터 아이를 떼어낸다 해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준비가 덜 돼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