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구는 본래 후당 때에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라는 사람의 작품 설시(舌詩)에서 유래한다.
내용을 보면 “입은 화근의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舌是斬身刀).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閉口深藏舌), 몸이 어느 곳에 있던지 편안하리라(安身處處牢).”
이는 곧 입을 다물지 않고, 혀를 함부로 놀리면 (어느 곳에 있던지) 몸이 편치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느 사람들은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우(愚)을 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소속 이정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지난 달 말 세종시에서 열린 환경문제 관련 워크숍에서 자신을 친일파라고 지칭하고, "천황(일왕)폐하 만세"를 외쳤다는 의혹을 샀다.
이후 국무조정실이 진상 조사에 나섰고, 만일,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센터장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장 뿐만 아니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빚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을 한다"며 대학생들의 부채로 인한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안 이사장은 “저소득층에게는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고, 고소득층에게는 학자금 대출을 이용토록 해 모든 학생들이 동일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막말 파문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비하면 새 발에 피다.
나 정책기획관은 지난 7일 한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국민을 개·돼지에 비유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2~3급 고위 공무원인 그는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교육부는 “나 정책기획관이 과음한 상태에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했다”는 해명과 함께 나 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교육단체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개와 돼지로 보는 공직자에 대해 대기발령 처분은 너무 관대할 뿐만 아니라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끝날 공산 또한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나 정책기획관에 대해서는 대기발령이 아닌 공직 추방과 함께 다시는 제2, 제3의 나향욱이 나오지 않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일련의 고위공직자의 막말 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공직기강이 겉 잡을 수 없게 흐트러졌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정부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공직기강 확립과 함께 공무원의 가치관 및 윤리관 검증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소한 국민을 개와 돼지로 보는 이를 공직에 들이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