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전국 도로건설 사업이 최근 5년간 설계 변경으로 사업비가 수백억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반검사가 미흡한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면서 붕락(터널 붕괴, 지반 꺼짐 현상 등)이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10일 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5년 설계변경에 따른 예산 증액 및 감액 현황’에 따르면, 도공이 발주한 도로건설 사업 중 설계변경이 이뤄진 78개 공구에서 예산이 456억 원이나 증가했다. 도공은 공구당 1년에 한 차례 설계 변경을 해왔다.
도공 관계자는 “법령이 개정돼 공사 방식을 바꾸거나 배수구조물 설치 등 안전에 관한 문제가 있을 때, 민원 발생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추가 공사가 필요한 경우에 설계변경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산이 10% 이상 크게 늘어난 공구 4곳 중 3곳의 공사비 증가 이유는 붕락으로 인한 추가·보수공사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지반검사가 부실해 사전에 붕락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하다가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지반이 붕괴되거나 깎여나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주문진~속초 5공구의 경우 2009년 1월 착공 당시 예산은 1237억8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양양1터널 공사 중 인장균열과 붕락 발생에 따른 보강공사 등을 진행하면서 5년 동안 전체 공사비의 13.6%에 해당하는 167억8000만 원을 추가로 투입, 총공사비가 1405억6000만 원으로 늘었다.
삼척~동해 2공구는 적노1터널 붕락부 보강, 석회공동부(교량기초, 터널 등) 조사 및 보강 등으로 5년간 사업비가 1056억1000만 원에서 1318억 원으로 24.8%나 증가했다.
동홍천~양양 9공구 역시 행치2터널 단층파쇄대 통과구간 및 붕락부 보강 등으로 같은 기간 사업비가 1321억2000만 원에서 1502억7000만 원으로 181억5000만 원(13.7%)이 늘었다. 다만 도공 관계자는 “공사 전에 지반을 완벽하게 검사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