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가 새로운 시장 개척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주력 사업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사업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고, 세트 부문의 경우 중국 현지 경쟁력은 이미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8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휴대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품목의 부진이 이어지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ICT 산업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ICT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한 131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ICT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 부문 수출 규모는 지난 2~3월 신제품 효과로 반짝 증가했지만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월 휴대폰 부문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6.6% 축소된 22억9000만 달러다. 특히 4월(7.9%) 대비 감소폭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지난 3월과 4월 미국 시장 휴대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9%, 108.4% 늘어난 반면 5월 증가폭은 10.6%에 그쳤다. 중국(-2.9%), 베트남(-15.2%), EU(-53.0%), 일본(-89.6%), 인도(-24.3%) 등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수출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과 TV 시장은 현지 업체가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고, 그 영향력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트뿐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빠르게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다. 과거 국내 기업의 기술과 디자인을 모방하는 데 그쳤던 중국은 몇 년 새 해외 기업에 대한 공격적 M&A(인수합병)를 통해 기술역량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의 해외 M&A 규모는 최고점을 찍은 지난해(900여건) 수준에 가까운 700여 건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M&A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나홀로 성장을 지속한 중국은 글로벌 M&A 시장에서 32.4%의 점유율로 미국을 제치고 최대 M&A 국가로 부상했다.
M&A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반도체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원천기술을 통째로 사들이는 중국은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인 칭화유니그룹은 2013년 중국 양대 시스템반도체 설계 업체 스프레드트럼 커뮤니케이션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며 중국 최대 반도체설계 업체로 도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업체 대만 파워텍 지분 25%를 약 6억 달러에 사들였다. 지난 5월에는 글로벌 최대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업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최대 주주 칭화유니그룹)이 샌디스크 인수를 완료, 중국은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