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증권업계 1인자가 된 박현주 회장이 지난 10년간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를 이어오고 있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11일 미래에셋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8일 하와이의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호텔(약 9000억 원)을 인수한 데 이어 다음 날인 9일 곧바로 미국 시애틀 중심지에 자리한 아마존 본사 사옥(약 2900억 원)을 인수했다. 현재까지 미래에셋의 해외 부동산 투자 건수는 14건, 투자규모는 5조 원을 훌쩍 넘었다. 이 정도 되면 세간에서 ‘박현주 회장의 부동산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박 회장의 부동산 투자는 2004년 첫 시작해 5년 만에 누적 수익률 235%를 기록한 ‘가락동 맵스송파타워’ 이후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실제 2008년에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를 인수하는 등 업계에서는 이미 자타공인 ‘부동산 거물’로 불리고 있다.
박 회장이 본격적으로 해외 부동산에 눈을 돌린 것은 2006년 상하이 미래에셋타워에 투자하면서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주식형 펀드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에서 미래에셋그룹은 26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를 매입했다. 당시 고가 매입 논란에 미래에셋의 거의 모든 임직원들이 투자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박 회장의 결단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이 건물의 현재 가치는 투자금액의 2배가 넘는다.
최근 몇 년간 박 회장의 부동산 투자는 특히 호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3년에는 호주 시드니의 포시즌스 호텔을 우리 돈으로 약 3800억 원에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하와이의 페어몬트 리조트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 노브힐 호텔을 각각 한화 약 2400억 원과 5400억 원에 인수했다.
2013년 이후 하와이 와이키키호텔을 포함해 해외 특급 호텔만 네 개를 매입한 것이다. 여기에 국내의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과 판교 코트야드 메리어트, 동탄 신라스테이호텔을 포함하면 국내외 호텔 투자만 모두 일곱 개다. 박 회장이 투자한 호텔들을 살펴보면 입지와 호텔 브랜드의 명성, 역사적인 상징성 등을 고려했다는 점이 나타난다.
박 회장은 앞서 이처럼 ‘특급 호텔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 4월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대우 경영전략회의에서 “인구가 많은 중국·인도의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관광객들은 결국 환경이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 환경에 투자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호텔투자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원래 유럽지역의 호텔을 사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초 발생한 파리 테러로 이 같은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파리 테러 문제가 해결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계획을 바꿨다”면서 “미래에셋 소유의 호텔에서 (테러 같은) 사고가 난다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