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성과급 환수 가능할까…'주주대표소송' 현실적 대안으로 꼽혀

입력 2016-07-06 17:47 수정 2016-07-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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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호 전 사장. 사진= 신태현 기자 holjjak@)
(고재호 전 사장. 사진= 신태현 기자 holjjak@)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를 숨기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성과급을 환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5일 '8대 쇄신 플랜'을 발표하며 임원 급여 반납과 성과상여금 환수를 약속했다. 하지만 회계 부정을 주도한 퇴직 임원들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환수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회계사기로 성과급을 과다 지급 받은 남상태(66)·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은 행정처분으로 환수 가능…공적자금 투입된 사기업 대우조선 논란 소지

잘못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절차는 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공기업은 경영실적 평가가 잘못된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환수가 가능하다. 이 경우 지급비율을 고쳐 소급 적용하는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대우조선해양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경영목표치를 정해놓고 실무직원들이 예정원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고 공적 자금이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을 사실상 공기업으로 볼 수만 있다면 행정처분으로 성과급 환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법적으로 사기업이기 때문에 법리 구성이 쉽지 않다. 성과급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형사절차를 동원하기도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남 전 사장의 혐의를) 배임으로 규정지었는데, 주주들이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소송을 하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검찰 단계에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부당이득 소송 '근거 규정' 마련이 관건

행정처분이 아닌 소송을 통해 환수를 추진하는 것은 부당이득 반환소송과 주주대표 소송을 내는 방법이 있다. 부당이득 반환소송은 말 그대로 잘못 지급된 성과급을 부당하게 가져간 것으로 보고 돌려받는 절차다.

하지만 성과급 반환을 위해 실제 이 소송이 제기된 사례는 많지 않다. 부당이득 반환 소송은 상대방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잘못'의 기준이 되는 법적 근거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과 매년 체결한 경영평가 업무협약도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클로백(Clawback, 강제환수) 조항이 없고, 업무협약 자체가 강제성이 없어 소송의 근거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도 "근거가 부족하다면 부당이득 반환 소송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공적자금관리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대안도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게 정당한가의 문제가 남는다.서울지역의 또 다른 판사는 "노조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주주대표소송은 환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범위가 이사까지지만, 부당이득 반환소송은 특정 대상이 아니라 지급 자체를 문제삼기 때문에 책임자 외에 전직원을 상대해야 한다.

◇주주대표 소송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혀…이사까지 대상 한계

주주대표 소송은 부당이득 반환소송에 비해 요건이 좀 더 수월하다. 대우조선해양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 주식의 0.01%만 보유해도 주주대표 소송이 가능하다"며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기준은 횡령 같은 범법행위가 아니더라도 임무를 게을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환수규정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경영진이 회사에 입힌 손실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소송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방법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상법 403조에 따르면 주주대표소송은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회사 역시 소송에 참여할 수 있으며, 상장기업은 최근 6개월간 발행주식의 0.01%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주주대표소송은 이사까지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김 변호사는 "승소하더라도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공익 차원에서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돈을 직접 돌려받는 게 아니라서 동기부여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 시민단체는 주주대표 소송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개혁연대가 2006년과 2008년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상대로 낸 전례도 있다. 당시 법원은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입힌 이들에 대해 각각 수백억원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최근에는 론스타 관련 소송이 주주대표 소송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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