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과 서민의 재산 증식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 도입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100일이 지났다.
ISA는 한 통장에 예ㆍ적금과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담아두고 관리할 수 있고 세제 절감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만능통장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는 13주차인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가입금액 2조 원을 돌파했다. 계좌 수는 220만5000개이며, 가입금은 2조568억 원이다. 계좌당 평균 가입금은 93만 원이고, 총인구 대비 가입률은 4.3% 수준으로 집계됐다.
◇ISA 가입 24시간 가능…모바일로 한번에=금융사별 계좌 수는 은행이 197만6000개(89.6%), 증권사는 22만8000개(10.4%)로 은행의 비중이 높다.
은행에 비해 지점 수와 홍보 역량이 부족한 증권사는 최근 모바일 가입으로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보통 증권사나 은행을 방문해 ISA 계좌를 만드는 데 최소한 1시간 안팎이 걸리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의 경우 모바일로 ISA 계좌를 개설하고 입금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모바일로 ISA 계좌를 개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며, 또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일임형 ISA 모바일 가입 신청은 24시간 가능하다.
일단, 계좌개설부터 교육 동영상 시청, 투자성향 분석, 상품 선택, 계약권유 문서 및 약관 확인, 가입신청서 작성, 투자일임계약 체결 완료 등의 과정이 필요하며, 5분 정도 분량인 교육 동영상은 귀찮더라도 꼭 시청해야 한다. 특히, 불완전판매 논란을 막기 위해 건너뛰기 기능이 불가능하도록 설정돼 있다.
ISA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게 목적이라면 해당 교육을 제대로 듣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투자전략을 짜는 것도 유용하다.
이후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담원과 영상통화를 하는 ‘전화 연결’이나 은행 보안코드 등을 입력하는 ‘소액 입금’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진행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상담원 확인 전화(해피콜)를 받으면 모든 가입절차가 완료된다.
◇‘서민형’ ISA 가입자 26%에 불과…“취지와 어긋나”=ISA는 중산층과 서민의 재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 서민층은 면세 혜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ISA 가입자는 159만1944명으로, 이 중 연소득이 5000만 원 이하인 ‘서민형’ 가입자는 41만6068명으로 26%를 차지했다.
여기에 청년과 농·어민을 합친 ‘범서민형’ 가입자(52만2573명)로 따져도 전체의 33%에 그쳤다.
서민의 재산 증식을 돕기 위해 출시된 ISA 도입 취지에 따라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 가입자가 ‘서민형 ISA’에 들면 의무 가입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고 면세 투자 이익 한도도 2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생계 및 가계부채 부담으로 저축과 투자 여력이 없는 서민과 중산층은 실제로 ISA에 적극적으로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작년 말 발표한 소득 분위별 근로자 연봉 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 임금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240만 원이다.
임금근로자 100명 중 딱 가운데인 50번째 근로자의 연봉을 가리키는 중위소득은 이보다 낮은 2465만 원이다. 아울러 근로자 상위 20%의 연봉 하한액은 4586만 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80%가 이보다 낮은 연 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우리 국민이 소득 구간별로 ISA에 고루 들었다면 이론적으로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가 기준점으로 된 서민형 ISA 가입자의 비율이 80% 이상은 돼야 한다.
금융소비자원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정부의 ISA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는 ISA의 조세 역진성에 관한 우려가 담겼다.
보고서는 “ISA 대상은 모든 근로소득자로 설정돼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돼 수직적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를 완화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했다”면서 “그럼에도 저축 여력이 없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조세 특례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정책 대상자가 아닌 개인이 혜택을 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