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위 스마트폰업체였다가 몰락한 블랙베리가 다시 승부수를 띄운다.
블랙베리는 5일(현지시간) 자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물리 키보드가 적용된 ‘클래식’ 스마트폰을 단종하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지난해 보급형인 프리브(Priv)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와 내년 초에 걸쳐 ‘네온(NEON)’과 ‘아르곤(ARGON)’, ‘머큐리(MERCURY)’ 등 안드로이드 3종 세트를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과거 블랙베리는 이메일 작성에 편리한 키보드 방식 스마트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블랙베리폰의 열성팬임을 자처해 ‘오바마폰’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이에 지난 2013년 취임한 존 첸 최고경영자(CEO)는 블랙베리 전성기를 이끈 ‘볼드9900’을 리메이크한 클래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의 부상에 물리 키보드 하나 만으로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블랙베리는 지난 5월 마감한 회계 1분기에 6억7000만 달러(약 7750억 원) 순손실로, 전년 동기의 6800만 달러 순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억 달러로 전년보다 40% 급감했으며 스마트폰 판매는 60만대에서 50만대로 줄었다.
결국 계속되는 실적 부진에 블랙베리는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클래식 모델을 단종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클래식 단종이 블랙베리 자체 OS ‘BB10’을 폐지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BB10이 적용된 제품은 ‘패스포트’ 모델 밖에 없다. 미국 상원에서도 최근 블랙베리를 공식 업무용으로 지원하지 않기로 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블랙베리는 키보드 이외 이메일과 메시지 보안을 강점으로 기업시장을 장악했다. 애플 iOS와 안드로이드의 보안성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강점은 사라진 대신 다양한 앱이 부재한 블랙베리의 약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블랙베리는 다양한 안드로이드 제품으로 위기를 타파할 계획이다. 네온은 오는 8월, 아르곤은 10월에, 머큐리는 내년 1분기 안에 각각 나올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이들 모델이 다양한 스펙과 형태를 가지고 중저가와 고가 등 서로 다른 시장을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