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66)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대학 동창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지분을 취득하는 등 2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5일 남 전 사장의 측근 정준택(65) 휴맥스해운항공 대표를 배임증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증거위조 교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남 전 사장은 정 씨가 운영하는 다수의 자회사와 특혜성 계약을 체결해주는 대가로 배당금과 지분을 챙겼고, 이 업체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이 바뀐 뒤 회사가치가 급락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 용선계약 정준택 업체에 집중, 21억 투자 지원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06년 12월 남 전 사장에게 대형 운송선인 자항1호선 용선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청탁해 휴맥스 해운항공의 자회사 인터렉스메가라인과 계약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7년 5월 대우조선해양과 용선계약을 체결한 인터렉스메가라인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883억 원의 매출과 300억 여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정 씨는 자항2호선도 또다른 자회사 TPI메가라인이 용선업체로 지정해달라고 청탁했고, 남 전 사장은 담당 부사장의 반대하자 다른 실무자에게 지시해 이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남 전 사장은 TPI메가라인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대우조선해양이 21억여 원의 투자금을 지불하게 한 뒤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TPI메가라인은 2010~2014년 2628억 원의 매출과 3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 해외 특수목적 법인 통해 비자금 세탁
검찰은 또 정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남 전 사장이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자금 세탁을 한 사실도 적발했다. 남 전 사장은 2008년 4월 정 씨에게 차명으로 싱가폴 소재 SPC 메가케리어 지분을 취득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후 대우조선 런던과 오슬로 지사에 보관하고 있던 비자금 50만 달러(한화 5억여 원)를 정 씨에게 전달하고 메가케리어 주식 50만주를 차명으로 취득했다. 남 전 사장은 이 과정에서 2011~2015년 배당금 3억여 원을 챙기고, 지분을 매각해 6억여 원의 차익을 남겼다.
남 전 사장은 2009년 9월 부산국제물류(BIDC)를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하는 데도 관여했다. 2010년 4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BIDC는 남 전 사장의 지시로 물량을 몰아줘 2011년 65억 원의 흑자를 내는 우량 회사로 성장했다. 남 전 사장은 2011년 BIDC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행되는 신주 80만 주를 정 씨가 운영하는 NCK로지스틱스에 저가 배정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NCK로지스틱스 주식 10만주를 차명으로 취득해 2012~2015년 2억 7000여만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NCK로지스틱스는 고재호 전 사장이 취임한 직후 BIDC로부터 일감을 받지 못해 회사가치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이 정 씨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는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 씨는 검찰 수사를 앞둔 지난 5월 남 전 사장의 NCK로지스틱스 투자사실을 숨기기 위해 남 전 사장의 자금 9억여원을 특정인이 빌려준 것처럼 꾸며 허위 차용증을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 빠르게 진행…전 경영진에서 끝나지 않을 것"
정 씨는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수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다. 지난달 8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포문을 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핵심 인물인 남 전 사장이 구속됐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을 구속한 뒤 증거물 분석 등을 통해 숨고르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전 경영진들을 구속하는 데서 수사가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회계사기만 해도 문제된 기간에 얼마나, 왜 생긴 것인지 분석해야 하고 경영비리도 자회사들이 관련돼 있어 전체를 조사하고 자금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두 전직 사장에 대한 신병이 확보되면 분식 회계와 경영비리 혐의를 줄기삼아 연임로비 의혹 등에 관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관계로 수사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