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는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유럽 등 선진의약품 시장에서 연구개발(R&D) 성과를 쏟아낼 전망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대규모 신약 기술수출 성과에 비해 올해 상반기에는 기술수출 성과가 미미했지만 제약사들이 오랫동안 공들인 R&D 성과가 점차적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상반기에는 4월 동아에스티의 6150만달러(약 700억원) 규모 비알코성지방간염 치료제 기술 수출과 지난달 크리스탈의 3억300만달러(약 3500억원) 규모 백혈병치료제 기술 수출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셀트리온, 미국 시장 공략 본격화..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 시장 데뷔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제품의 미국·유럽 시장 공략이 본격화한다.
램시마의 미국 시장 성과는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이다. 항체의약품 복제약의 첫 데뷔 무대라는 이유에서다. 당초 미국은 바이오시밀러 승인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산도스의 ‘작시오’가 FDA로부터 최초의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받은 이후 램시마의 승인도 긍정적으로 검토됐다.
셀트리온 측은 유럽 시장에서 램시마가 검증됐다는 자신감을 근거로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낙관한다. 램시마의 미국 판매 파트너가 글로벌제약사 화이자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김형기 셀트리온 사장은 “램시마는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판매 중이며 유럽에서는 올해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32%를 차지했다“면서 연간 5조'원 규모의 미국 시장에서 50% 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셀트리온은 올해 하반기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 유방암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 제약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처음으로 맞붙는다는 점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플릭사비는 램시마와 같은 성분의 제품이다. 이미 3년 먼저 램시마가 유럽 시장에 진출해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두 제품의 시장 타깃도 일치하기 때문에 양보없는 혈전이 예상된다.
◇한미약품, 작년 기술수출 신약 후속임상 예고..추가 수출계약도 추진 중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을 사들인 다국적제약사들은 준비 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에 속속 후속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지난해 11월 사노피와 약 5조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신약 물질 3종 중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4분기에 임상3상시험에 착수한다. 이 제품은 한달에 한번 투여하는 지속형 당뇨치료제다.
사노피는 한미약품으로부터 '지속형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 '주 1회 제형의 지속형 인슐린',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인슐린을 결합한 주 1회 제형의 인슐린 콤보' 등 3개 제품에 대한 전 세계 시장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획득했다. 한미약품의 독자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제품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로 투여 횟수 및 투여량을 감소시킴으로써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술이다.
'주 1회 제형의 지속형 인슐린'과 '페글레나타이드와 인슐린을 결합한 주 1회 제형의 인슐린 콤보'는 전임상시험을 마치고 기술 수출됐는데 사노피는 이르면 올해 안에 임상2상시험 단계에 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전 세계 판권을 넘긴 내성표적 항암신약 'HM61713'도 조만간 글로벌 임상3상시험이 시작되며, 지난해 3월 릴리에 수출한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와 얀센에 수출한 지속형당뇨치료제도 각각 임상시험 2상 진입이 예고됐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제품의 임상단계가 진전될수록 한미약품은 추가로 단계별 기술수출료(마일스톤)가 유입된다.
한미약품의 추가 기술 수출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이미 기술수출한 신약 이외에도 다양한 과제에 대해 전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작년의 성과로 인해 한미약품의 신뢰도가 높아져 추가 수출 계약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녹십자ㆍ동아에스티ㆍLG생과ㆍ대웅제약, 미국 성과 본격화..유한양행 신약 수출 가능성
녹십자는 간판 혈액제제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말 FDA에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허가를 신청, 이르면 올해 말 승인이 예상된다.
녹십자는 북미 생산거점으로 캐나다에 약 1870억원을 투입해 혈액분획제제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 미국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 녹십자는 IVIG-SN의 현지 유통 파트너를 조만간 선정될 전망이다. 녹십자는 지난 2010년 ASD 헬스케어와 3년간 총 4억8000만달러 규모의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등의 수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목표로 미국내 임상3상시험을 진행하고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공급키로 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임상시험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일정상 MOU 합의사항을 지킬 수 없게 되자 양사는 지난해 9월 MOU를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ASD헬스케어를 포함해 다양한 업체와 유통 제휴 계약을 추진 중이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가 지난 4월 미국 토비라에 수출한 '슈가논'도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다. 동아에스티는 '슈가논'을 국내에서 허가받은 당뇨치료 목적이 아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NASH)로 수출했다. 기존에 없는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 'DA-9801'은 천연물신약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린다. 동아에스티는 미국에서 이 제품의 임상2상시험을 완료했고 현재 임상3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임상3상 진입 이전에 글로벌제약사와 기술 수출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LG생명과학은 지난 2월 세계에서 7번째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유펜타의 사전적격성평가(PQ)를 받았고 올 하반기 국제 입찰 시장을 두드린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WHO PQ 승인을 통해 UN 산하기관의 대규모 혼합백신 국제 입찰에 참가해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남미, 아시아, 중동 지역으로의 개별적 수출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LG생명과학은 당뇨치료 신약 '제미글로'의 본격적인 해외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국산신약 19호로 허가받은 제미글로는 지난해까지 사노피 등을 통해 105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제제 '나보타'도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 대웅제약이 자체개발한 나보타는 북미, 남미, 아시아 등 60여개국과 나보타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에서 임상3상시험이 완료됐다. 이르면 오는 4분기께 미국 허가 신청이 예상된다.
이밖에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퇴행성티스크치료제 'YH1461'의 해외 기술 이전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유한양행은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이 제품의 기술을 이전받고 임상2상시험을 완료했고 현재 기술수출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