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민간법인의 올해 1분기 직접투자는 1조1640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9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경제주체의 현금 유출입을 집계하는 자금순환에서 민간기업의 직접투자는 해외법인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지분투자를 뜻한다. 이 같은 수치가 1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격화됐던 2012년 4분기 1조3872억원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 국내 민간기업의 직접투자는 전 분기의 10조4195억원에 견줘서는 88.8% 감소했다. 국내 민간기업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공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포함된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해외 기업 지분투자는 외국환 거래법에 따라 분류된다"며 "이 수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국내외 경제상황 때문에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감소한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자금순환표에서 직접투자가 위축된 것은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 인수합병(M&A)이 위축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통상 국내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면 자금이 순유출되면서 직접투자가 늘어난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대감과 함께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민간업체의 해외투자가 줄었다.
이 같은 추세가 올해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그룹 내 사정으로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의 인수 추진을 철외했다. 한은 민간기업 자금순환에서 상당 부문을 차지하는 삼성은 지난해와 올해 초 그룹 재편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기업 인수는 큰 돈을 들여도 장기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미래 신성장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해외기업 지분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