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소비재 수출의 ‘신(新)르네상스’가 열린다

입력 2016-06-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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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명동 거리를 지나갈 일이 있었다. 불과 십여 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놀랐다. 거리를 가득 메운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어 입간판들을 보면서 한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화장품, 의류 등을 담은 쇼핑백을 여러 개씩 들고 있었다. 우리 소비재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은 오징어와 중석(텅스텐)이었다. 1970년대 들어서는 가발, 섬유, 신발 등이 새로운 수출 주력 품목으로 떠올랐다. 농수산물과 경공업 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는 ‘한강의 기적’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1980~90년대 중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소비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이제 다시 소비재에 주목할 때가 왔다. 중국의 정책 방향이 내수 중심으로 변하고 있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중산층 인구가 급증하는 등 세계 소비재 시장의 전망이 매우 밝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 품목의 수출 성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화장품, 패션의류, 생활용품, 농수산식품, 의약품 등 5대 소비재의 수출은 올해 5월까지 전년 대비 7.9% 성장했다.

소비재를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처럼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제품과 가격 경쟁을 벌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단기간에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와 정보통신(IT) 융합 등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개성과 감성을 중시한다. 친환경ㆍ웰빙과 함께 실용성도 강조한다. 꼭 명품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창의적 아이디어에 우수한 IT 기술과 한류를 융합한다면 우리나라도 소비재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 또한 달라져야 한다. 소비재는 소비자가 직접 소비하는 품목인 만큼 소비자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세심한 수출 지원이 요구된다. 기업이 적당한 소비재 특성에 맞는 현지 유통망에 입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각종 축제나 행사 등을 통해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재에 특화된 바이어들과의 상담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9일부터 이틀간 코엑스에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한민국 소비재 대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초청 해외 바이어를 200여 개사에서 500개사로 확대하고, 국내 참가 기업도 500여 개사에서 1000개사로 대폭 늘렸다. 또한 해외 바이어들이 우수한 우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행사장에 유망 소비재 분야별 전시관을 운영하고 국내 대형마트 등을 방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 우리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촉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국내 참가 기업들을 위해선 한류 콘텐츠 PPL 설명ㆍ상담회와 글로벌 유통포럼 행사도 마련했다.

소비재를 파는 일은 생활방식을 파는 일과 같다. 이미 한류가 전 세계인들의 생활방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재 수출의 새로운 부흥(Renaissance)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프리미엄 소비재가 한류와 함께 세계인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큰 역할을 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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