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영감 주는 작품 영화 '피나' "전용 상영관 있었으면…"

입력 2016-06-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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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라이브 방송 캡처)
(출처=네이버 라이브 방송 캡처)

‘채식주의자’ 한강이 온라인으로 독자와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소설가 한강은 28일 네이버 TV캐스트 라이브 ‘한강 작가에게 흰을 묻다’ 방송에 출연해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대담을 진행했다.

이날 방송에서 한강은 독자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독자는 ‘글을 쓰시는 동안에 현실적인 상황(경제적 어려움·부모님의 압박 등) 때문에 글쓰기를 포기한 적이 있는지. 그럴 땐 어떻게 했나’라는 질문을 올렸다.

이에 대해 한강은 “경제적으로 허락되지 않을 때는 돈도 벌러 가면서 글을 썼어요. 하루 종일 글을 쓸 수는 없는 거니까. 주말과 밤에 글을 쓰고, 또 체력을 비축해 글쓰기에 나섰지요”라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글을 잘 쓸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가장 큰 적이자 장애물이었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잘 쓸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보다, ‘글을 쓸 수 있다’는 절박함을 기억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조금씩 쓸 수 있었어요”라고 조언했다. 한동안 손가락이 아파서 글을 쓸 수 없었던 시기를 회상하며 “그때는 암울한 시기였는데 지금은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집필할 때 듣는 음악, 영화와 영감을 주는 반복해서 감상하는 다른 분야의 예술작품에 대한 질문에는 “음악도 좋아하고요. 저는 전시 보는 걸 좋아해요. 언제나 미술 작품으로 에너지를 얻는 편이에요”라고 답했다. 그는 “답을 생각하다 보니 ‘피나’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정말 좋아해서 ‘피나’ 전용 상영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피나 바우쉬의 작품들과 함께 보여주는 영화인데 전기 영화라고 부를 수 없게 잘 만들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가장 외로운 순간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소설이나 시를 쓰면 오히려 삶의 고충을 이길 수 있는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게 힘을 줍니다. 딛고 겨우 사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작품을 많이 썼다. 독자는 그에게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했다. 한강은 “사실 이 질문을 가장 절실하게 껴안고 썼던 소설이 ‘소년이 온다’다. 여러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좌절하기도 했어요”라고 밝혔다.

그는 “광주를 비롯해 아우슈비츠 등 인류가 저지른 학살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점점 더 많이 제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인간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좌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도망가고 싶었다. 책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를 구해낸 것은 야학 교사 박용준의 기도 형식으로 된 마지막 일기였다. 이를 접한 뒤 한강은 “여태껏 제가 이 기록을 보면서 뭘 놓치고 있었나. 인간의 어떤 면을 들여다봐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갑자기 소설을 쓸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한강은 “인간의 폭력보다는 존엄에 초점을 맞추는, 그런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희망하기는 책을 통해서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마무리했다.

또 한강은 다시 태어나면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뭔가 다른 어떤 형태이든지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연극을 만들 수도 있고, 미술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옅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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