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렵다. 골프장은 늘어나고 입장객은 줄어들고 객단가가 낮아지면서 그만큼 골프장 수익이 줄고 있다. 골프장 대표(CEO)는 정말 부러운 직업 중 하나다. 매일 코스에서 놀고 골프만 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3D업종 중의 하나다. 연예인 직업과 비슷하다. 남들 놀 때 근무한다. 게다가 언제 오너 눈 밖에 나 잘릴는지 모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리다. 그런데도 CEO 중에 장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평생을 골프장에서 보내는 CEO도 있다.
그리고 비록 보장이 몇 년 되지 않지만 그래도 CEO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돌고 돈다. 이는 골프장만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나름 골프장 경영의 노하우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골프장 CEO를 만나본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골프장을 운영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들만의 리그’인 골프장 브레인들의 삶을 조명해 본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렉스필드컨트리클럽 고재경(56) 대표이사는 반드시 첫 팀 티오프 전에 골프장에 들어선다. 출근과 동시에 전일 고객들의 소리인 VOC(Voice of Customer)를 체크한다. 현관에 서서 고객들을 맞는다. 1부 티오프가 끝나자마자 각 팀별 업무를 점검하고, 담당자와 미팅을 갖는다. 각종 신문을 읽고, 스크랩한다. 2부 티오프 시간에 맞춰 고객을 맞는다. 코스를 돌아보고 상태를 파악한다. 영업마케팅 부서와 회의를 한다. 마지막 팀이 라운드를 마치면 최종적으로 하루 일과를 다시 점검한다. 그리고 퇴근한다.
아마도 골프장 CEO들의 일과는 이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하루 하루가 전쟁이다. ‘피를 말리는 시간’이다. 날씨와 경제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골프장이기 때문에 CEO들은 늘 좌불안석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도 속이 타들어간다. 이전과 달리 비 소식만 들려도 고객들은 예약을 취소한다. 하늘의 뜻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매출이 확 줄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가 골프장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30년째다. 건국대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1986년 ROTC전역 후 첫 직장이 삼성 중앙개발이다. 에버랜드와 안양컨트리클럽 지배인을 지냈고, 360도CC와 솔트베이GC를 거쳐 렉스필드 대표이사로 있다.
그의 강점은 무엇일까. 조경은 기본이고 명문골프장에서 모든 것을 체득한데다 일본골프장들을 섭렵해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는 선택과 집중의 조화를 통해 변화하는 창조적인 자세가 필요하죠. 골프장 경영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집중과 선택을 통한 성과 실현과 조직의 시스템화를 통한 선행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그가 렉스필드에 온 뒤로 무엇이 변했을까. 하드웨어(코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명문 소리를 들을 만하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내실을 기했다. 그는 무엇보다 회원권 이용가치 증대를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로 이용가치 확대를 모색했다. 일본을 비롯해 하와이, 중국, 태국, 베트남 명문 골프장들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환경 문제로 일시 철거했던 렉스필드 대표 시그내처 홀인 파3 ‘블랙홀’을 복원했다. 또한 고객의 대기시간 불편을 해소하고 이용 증대 및 메뉴 다양화를 통한 매출 증대를 위해 스타트 하우스를 확장했다. 아울러 전산 및 IT 시스템 전면 개편을 통해 홈페이지, 모바일 예약시스템 도입, 실시간 예약은 물론 다양한 이벤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부서별 운영백서 작성과 운영자산의 현황을 파악해 자산관리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조직 슬림화를 통한 인력운영 유연화 및 전문화를 통한 운영과 자체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문기술 도입 일환으로 시설관리 외주를 실시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무인경비 시스템 도입했고, 그늘집도 무인화를 통한 인력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렉스필드는 나름대로 명문을 고수하지만 도움이 된다면 다른 골프장 벤치마킹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특히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해 개개인의 대외 경쟁력 및 가치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늘 책을 가까이 한다.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메모한다. 그래서 그의 사무실은 칠판에 뭔가 빼곡히 적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그는 직원과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호칭도 후배 사원이다. 직원들에게는 그동안 습득한 골프장 운영 노하우와 자료들 전수하고, SNS를 통해 골프 관련 언론매체 기사 스크랩 공유 및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글과 명언 등을 공유한다. 노사협의회, 조합원 및 캐디팀장 간담회를 통한 건의, 애로사항 청취 및 경영정보를 수시로 나누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종종 직원들과 ‘막걸리 파티’를 즐긴다.
“골프장 CEO는 부서별로 소리를 가장 아름답게 낼 수 있도록 하모니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조율이 잘 맞아떨어져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기쁨은 그 무엇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크겠죠?”
고재경 대표가 앞으로 렉스필드를 어떻게 더 변화시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