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드러난 롯데 해외계열사의 불투명한 소유구조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야3당이 대기업의 해외계열사 소유지분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일명 롯데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해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등 13명과 함께 대기업집단의 국외 계열회사 소유지분 현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토록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공동발의 했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비자금 조성 등 일련의 사태들이 비정상적이고 불투명한 지분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에서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86곳 중 상장사가 8곳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 내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일본의 비상장사인 광윤사가 소유하는 등 출자관계가 불투명해 논란을 부추긴 바 있다. 호텔롯데를 기반으로 한 순환출자고리 역시 67개에 달하는데,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2.4%에 불과하지만 내부지분율은 85.6%에 이른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에서도 대기업의 국외 계열사 소유지분을 공시토록 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에 따라 폐기됐다.
이번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총수일가가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외 계열회사의 소유지분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에 관한 사항을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신고하토록 했다. 공정위의 책임을 강화해 보다 엄격히 규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롯데뿐 아니라 삼성, 현대차, LG, SK 등 국외에 계열사를 둔 다른 대기업에도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신고를 했을 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처벌 조항도 대폭 강화했다. 현행법은 현재 주식소유현황 등을 충실하게 신고하지 않을 경우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신고 대상과 처벌 대상이 동일인(총수)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의원은 “현재 국외 계열회사를 통해 상호출자를 할 경우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서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경영 전반에서 재벌총수의 전횡을 심화시키고,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등 불법·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대기업집단의 국외 계열회사 소유지분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을 신고하게 해야 한다”면서 “기업집단의 소유구조 및 출자관계가 명확해져 기업집단 지배구조가 보다 투명해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