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이 결국 백지화로 결론 났어. 사실, 주식시장에서는 발표 이전부터 꽤 그럴싸한 시나리오가 돌기도 했지. 마치 특정 후보지가 최종 결정됐다는, 이제 결정이 됐고 발표만 남았다는 ‘사설 정보지’가 나돌기도 했거든. 꽤 논리적인 주장 탓에 실제 주가가 휘청이기도 했어.
그러나 결국 밀양과 가덕도, 두 곳 모두 경제성과 타당성에서 지금의 김해공항 확장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게 당국의 발표였지. 어때? 정말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하지 않아?
생각해 봐. 30여 곳의 후보지 가운데 최종적으로 밀양과 가덕도가 경쟁을 벌였잖아. 최종 후보지 발표를 앞둔 가운데 긴장감도 컸었지. 후보 지역마다 막판까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고, 새 공항이 들어설 즈음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부품 꿈도 많았을 거야. 그런데 그 상황에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줬어 봐. 상대편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신공항 백지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 예전에도 타당성이 없다며 한 번 백지화한 사업이거든. 그랬던 것을 다시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기대감이 더 커졌었어. 이미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에 대해 대통령 후보들이 서로 나서서 공약으로 들고 나왔으니 기대감이 더 컸겠지. 물론 또 속은 셈이 됐지만….
단, 이번 백지화는 지난번과 조금 차이점이 있어. 지난번 백지화 발표 때에는 장관이 직접 “타당성과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신공항은 백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 호되게 당했던 경험 때문일까. 국토부는 이번에 프랑스에서 전문가를 모셔왔어. SNS에서는 “우리나라가 공항을 지을 노하우도 없나?”, “외국 전문가를 내세운 건 아무리 봐도 면피용” 등의 글들이 한동안 쏟아지기도 했어.
하지만 백지화 발표 직후에 불만이 가득했던 온라인은 하룻새 조금 누그러진 분위기야. 막상 새로운 공항을 짓기보다 기존 공항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게 더 좋다는 공감대도 생겼기 때문이야. 청와대 역시 “공약 파기가 아니라 김해공항 확장이 영남권 신공항이다”는 논리로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거든.
트위터 아이디 TerryChang73은 “이렇게 결론 내릴 거면 그동안 영남과 부산의 대립을 부추긴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이냐”고 성토했어. 아이디 newl****는 “표 따 먹고 백지화, 또 표 따 먹고 백지화…. 속고 또 속고”라며 이번 백지화 결정을 꼬집기도 했더라고.
이제 지역 갈등을 벗어내고 김해공항이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적 공항으로 거듭나길 희망해.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제 우리, 헛된 공약에 표 뺏기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