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날지 말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일을 맞아 전세계가 폭풍전야다. 특히 직접 영향권인 유럽은 초유 사태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일부 기업은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될 경우, 현지 거점을 EU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서둘러 검토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에 대비해 현지에서의 사업 지속 가능성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기관이나 증권거래소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경계해 밤샘 근무를 계속하며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항공사 등 서비스업계에서는 EU 역내로 일부 거점을 옮기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영국 최대 저가항공사(LCC)인 이지젯은 EU 역내에 자회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EU에서의 운항에 필요한 운항자 인증서를 별도로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은 운항 노선 수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북미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노선이 핵심인데, 영국이 EU에서 탈퇴해 비즈니스 여행객 수요가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이동하면 영미 노선이 남아돌 수도 있단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23일 국민투표에서 탈퇴로 결정되더라도 바로 EU로의 수출과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EU와의 협상 유예기간인 2년 간 변화될 상황에 대비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계 기업인 유니레버는 관세에 의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폴 맨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TV 프로그램에서 “생활용품이나 아이스크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EU 잔류에 투표할 것을 호소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항공기 엔진 대기업인 롤스로이스는 워런 이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고객 및 공급 업체, 직원은 EU 가입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잔류가 회사에 이익이다”라고 직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영국 최대 이동통신사 BT그룹 경영진도 노동조합과 공동으로 EU 탈퇴가 영국 경제에 불이익이 될 것이라며 잔류에 대한 투표를 호소하고 있다. 영국의 EU 이탈로 경기가 악화하면 영국을 거점으로 하는 서비스업계의 앞날도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양주 업체인 디아지오는 주요 시장인 호주 캐나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시키는 데 있어서도 EU에 머무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예측불허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을 비롯해 런던에 본사를 둔 대형 금융기관 대부분은 트레이더들의 근무 시간을 연장하고 연일 밤샘 근무를 하고 있다. 국민투표는 23일 오후 10시(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에 마감, 개표는 24일 새벽까지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의도적인 매매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고객인 투자자들에게 환율 등 거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미리 통보하기도 했다.
선물 등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거래소도 국민투표 결과 전후의 가격 변동을 경계하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는 청산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거래가 가능하며, 야간 시간대는 거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국민투표와 관련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2015년 1월 스위스국립은행이 스위스 프랑의 유로에 대한 고정환율제를 폐지했을 당시 충격 트라우마가 여전한 상황이다. 당시 예기치 못한 움직임에 스위스 프랑은 유로에 대해 40%나 폭등해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다. 신문은 헤지펀드의 대가 조지 소로스의 발언을 인용, 검은 수요일로 알려진 1992년 9월 파운드 위기 재연 가능성을 언급하며 영국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면 다시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