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조선ㆍ해운ㆍ기계ㆍ화학 업종 주요 기업 30곳 중 최근 1년간 채권 발행이 단 한 건도 없었던 기업은 12곳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건화 등이 최근 1년간 채권 발행을 하지 못했다.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등 그룹 내 관련업체와 포스코엔지니어링, GS 등은 2014년 말 이후 약 2년 가까이 발행 실적이 없었다.
회사채를 발행한 나머지 기업들의 실적도 1~2건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마저도 만기 3년 이하 단기물 위주였다.
조선ㆍ해운업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지난해 말 이후부터는 미매각 사태가 줄을 이었다. 지난달 중소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은 BBB+ 등급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300억 원 규모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100억 원이 미매각됐다. 폴라리스쉬핑은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률이 15.1%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최근 관련업종 평가가 경색되면서 투심에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불과 한 달 전 같은 신용등급인 아주산업과 AJ네트웍스가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에 성공했던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대한항공은 올해 2월 실시한 20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120억 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4월에는 2500억 원 규모의 2년물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약 70억 원의 주문이 유입되는 데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공모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대한항공은 이달 15일 100억 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하는 등 올해만 4번째 사모채를 발행하며 자금조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안도감이 커지기 전까지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구조조정의 직접 대상인 기업들의 회사채 가격은 연초 수준의 절반까지 하락해 경색된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불안감은 회사채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물량은 5조2510억 원으로 전월(7조8170억 원)보다 32.8% 줄었다. AAA등급 회사채는 3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AA등급 회사채는 절반가량 줄어 우량등급 쏠림 현상도 심해졌다.
박태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 중 건설을 비롯한 경기민감업종의 회사채 시장 조달은 사실상 전무했다”며 “등급별 차별화보다 업종별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