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협의로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중소 선박사들이 과징금을 최장 2년에 걸쳐 분할납부하기로 했다. 가진 돈이 수백만 원에 불과하다는 등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21일 공정위가 공개한 8개 여수·광양항 선박 예선사들의 과징금 분할납부 의결서에는 최근 조선·해운산업의 불황을 반영하듯 중소 선박사들의 팍팍한 살림살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3월 가격 담합을 목적으로 특정 선박들에 예인선을 공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가 총 5억4000여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예인선은 다른 선박을 끌거나 밀어서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의 선박으로 주로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의 접·이안을 보조하는 데 쓰인다.
이들은 과징금 처분을 받고 한 달여 뒤 경영상 어려움을 들며 최대 6회에 걸쳐 과징금을 나눠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정위에 분할납부를 신청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2014년 기준 매출액은 20억~90억 원대다. 이들 업체는 모두 4월 기준 현금보유액이 내야 할 과징금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할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특히 A업체는 현금성 자산이 수백만 원에 불과한 데다 연내 대규모 차입금 상환도 예정돼 있다며 1000만 원이 조금 넘는 과징금을 내년 5월까지 5회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B업체는 최근 중국에서 해상사고가 발생해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 해운업계의 불황까지 겹쳐 자금 사정이 아주 좋지 않다고 호소했다.
공정거래법은 과징금이 관련 매출액의 100분의 1을 초과할 때 직전 3개년도 연속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는지 여부, 부채가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분할납부를 허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업체들의 경영상 어려움이 법에서 정한 분할납부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최장 2년에 걸쳐 과징금을 분할해 납부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며 “분할납부가 특별한 예외적용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