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영국 떠나면 EU 붕괴?…브렉시트가 가져올 ‘돈의 움직임’

입력 2016-06-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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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안 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말입니다. 아흐레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찬반투표(23일)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네요. 지난해 총선에서 ‘설마 되겠어?’ 하며 꺼내 든 비장의 카드가 영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사태 진정을 위해 주변국은 물론 영국 전 총리들까지 나서 유럽연합(EU) 잔류를 호소하고 있지만, 요즘 나오는 여론조사를 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

“브렉시트가 뭔데? 왜 하는 건데?”

낯선 단어이긴 합니다. 브렉시트는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인데요.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합니다. 브렉시트가 수면 위 떠오른 건 ‘일자리’ 때문입니다. 2012~2013년 2년간 영국의 실업률은 8%대를 기록했는데, 1996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연간 순유입 이민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서던 때와 맞물리죠.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교육ㆍ보건 등 복지 혜택마저 줄자, 영국 국민은 “이게 다 이민자 때문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파리 테러ㆍ브뤼셀 공항 폭발ㆍ올랜드 총기난사가 잇달아 터지자 반(反) 이슬람 정서엔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그럼 사람들의 심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거고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어떻게 될까요? 영국은 EU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입니다. 브렉시트가 가결시 2030년까지 EU 경제 성장률이 0.1%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네요.

9000㎞나 떨어진 먼 나라이지만, 우리도 그 여파에서 벗어날 순 없습니다. 벌써 코스피는 1970선으로 밀려났고, 원ㆍ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네요. 지난주 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1.5→1.25%)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머리가 아픕니다.

하지만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던가요? 브렉시트가 가져올 전 세계 돈의 움직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SK증권 리서치센터)
(출처= SK증권 리서치센터)

◇영국은 EU와 연(緣)을 끊는 건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영국이 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5가지입니다. 우선 △완전분리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민자에 대한 자체적인 통제가 가능하죠. EU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분담금(지난해 30조5300억원)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영국은 유럽 내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공급망)을 잃게 됩니다. ‘무역적자→일자리 부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선택으로 평가됩니다. △두 번째는 EU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겁니다. EU로부터의 독립은 물론, 관세도 일부 회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마다 적용하는 규칙(룰)이 다르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협상력에 따라 부문별 산업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테니까요. 이 밖에 시나리오로는 △유럽경제공동체(EEA)에 가입하는 ‘노르웨이식’ △EU국가들과 양자 간 협상을 벌이는 ‘스위스식’ △관세연합(Customs Union)에 가입하는 ‘터키식’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둘째 형님’ 빠진 EU는 어떻게 될까요?
EU는 분담금 ‘폭탄’을 떠안게 될 겁니다. 독일의 경제연구소 이포(IFO)가 조사를 해봤는데요.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독일은 25억 유로(약 3조3000억원) △프랑스는 18억 유로(약 2조3800억원) △이탈리아는 13억 유로(1조7200억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경제에 큰 부담이 되겠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동유럽의 도미도 EU 탈퇴 가능성입니다. 체코의 보후슬라프 소보트카(Bohuslav Sobotka) 총리는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체코도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선전포고했고요.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도 EU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이들은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남유럽(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스페인)을 도와줘야 EU 체계에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충격이 크겠죠?
그렇습니다. 지금도 우리 주식시장은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주 2030선에 다가섰던 코스피가 오늘(14일) 1970선까지 밀려났네요. ‘수출 부진→기업 이익감소→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우려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열렸을 때, 한국 주식시장에선 유럽계 자금 9700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8월에는 1조원이 이탈했고요.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코스피가 1800선까지 떨어질 거라고 말합니다. 2011년 유로존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12개월 선행 MSCI 한국 주가수익률(PER)’이 평균 10~15% 하락했거든요. 만약 브렉시트가 유럽의 구조적 문제로까지 연결되면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우리로선 가장 피하고 싶은 이슈입니다.

(출처= 블룸버그ㆍ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출처= 블룸버그ㆍ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달러강세가 더 심해질까요?
전 세계 금융시장에 브렉시트는 ‘위험’ 그 자체입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부추기죠. 미국 금리인상 지연으로 주춤했던 달러 값이 최근 다시 오르는 이유입니다. ‘슈퍼달러의 귀환’ 얘기까지 나오고 있네요. 이 상황에서 가장 머리가 복잡한 사람은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일 겁니다.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엔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추가 완화에 대한 압력이 커질 테니까요. 뭔 말이냐고요? 2월 초 이투데이에 게재된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엔고 기현상’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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