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컷오프(예선탈락)다. 왜? 일단 떨어지면 체면도 구기고, 돈만 날린다. 상금이 없다. 경비만 쓴다. 이 때문에 프로골퍼들은 ‘호환마마호환’나 ‘불법비디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컷탈락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선수들을 괴롭히고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골프코스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도 난이도가 높은 코스를 만나면 진땀을 흘린다.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 뿐만 아니라 조던 스피스나 제이슨 데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 주에 등골이 오싹한 골프장에서 메이저대회가 열린다. 악명높은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이다.
올해로 제116회를 맞는 US오픈. 디오픈 다음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마스터스의 오거스타 내셔널이 쉽고 어렵다면 US오픈이 열리는 코스는 그냥 까다롭다. 홀마다 희비가 없다. 무조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 코스는 2007년이후 6년만에 US오픈이 열린다.
물론 겉으로는 평범해 보인다. 양쪽으로 휘는 도그렉 홀이 없다.
이곳에서 열린 US오픈에서 1962년 잭 니클라우스가 1언더파, 1973년에는 자니 밀러가 5언더파, 1983년에는 래리 넬슨이 4언더파, 1994년에는 어니 엘스가 5언더파의 스코어로 우승했다.
하지만 이때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파71로 세팅됐다.
그런데 어렵게 한 이유가 뭘까. 그것은 창업자의 뜻이다.
이 골프장의 설립자인 H.C. 파운스다. 자수성가한 철강업계 거물이다. 40대 초반에 골프를 시작했지만 예선을 거쳐 4차례나 US오픈에 출전한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1903년 헨리 포네스에게 코스 설계를 의뢰, 이듬해 완성했다. 193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난이도 높은 코스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했다. 이때문에 오크몬트는 ‘고통을 즐기는 마조히스트들의 은신처’가 됐다.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오크몬트는 파71, 7255야드. 탈출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벙커와 급한 경사, 빠른 그린, 해저드가 선수들의 눈물을 쏙 빼게 한다. 최고수가 아니면 언더파를 애초에 기대 안하는 것이 낫다.
올해까지 US오픈을 9번(1927, 35, 53, 62, 72, 83, 94, 2007, 2016년) 개최하면서 최다 기록을 갖게 됐다. 3번의 PGA챔피언십(1922, 51, 78년), 1번의 US여자오픈(1992년), 5번의 US아마추어선수권이 열렸다.
그런데 더욱 재미난 사실은 파71을 US오픈을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2007년 대회 때 파70으로 세팅한 뒤 이 골프장은 ‘몬스터’가 돼 버렸다는 사실이다.
2007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앙헬 카브레라의 우승 스코어는 5오버파 285타였다. 당시 공동 2위의 타이거 우즈와 짐 퓨릭의 스코어도 6오버파 286타였다.
2007년 대회를 앞두고 500여그루의 거목을 잘라냈다. 그리고 이번데도 수천그룹의 나무를 없앴다. 그러면서 파70, 7219야드로 세팅했다. 파3가 288야드나 되는 홀이 있다니 선수들은 이번에도 “내가 왜 이렇게 못치지”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한탄하지 않을까 싶다.
총상금 1000만 달러가 걸려 있는 US오픈은 오는 17일(한국시간)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