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미국 화학회사 액시올(Axiall) 인수가 가시화되면 이 회사가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롯데케미칼의 에비타(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는 6002억원이다. 현금 창출능력을 뜻하는 에비타가 1분기 6000억원을 웃돈 것을 고려하면 롯데케미칼은 올해에도 2조원이 넘는 현금을 창출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에비타는 2조988억원이었다.
이처럼 롯데케미칼은 현재는 견조한 현금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미국에서 액시올과 추진 중인 합작사업 에탄크래커(ECC) 및 에틸렌글리콜(EG) 설비투자는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2018년부터 상업생산이 예정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사업비 31억 달러(3조60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집행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전체 투자비 중 ECC는 90%, EG는 70%를 각각 담당한다. 이밖에 롯데케미칼은 올해 말레이사아 자회사의 증설과 관련해서도 30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의 운전 자본이 7000억원에 불과해,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었지만 올해에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기 어렵게 된 것이다.
롯데케미칼이 현금성 자산과 현금 창출능력만으로 액시올 지분 100%를 인수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액시올 지분 100%의 인수가격은 1조9000억~2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1557억원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대규모 현금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액시올 인수 추진과 별개로도 조만간 회사채 발행 추진에 나설 것”으로 봤다. 증권사 채권딜러도 “롯데케미칼이 많게는 1조원에 근접하는 회사채 발행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지난 4월에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의 인수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7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다만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변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검토’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삼성 화학 계열사 인수로 재무 현황이 악화된 것이 이유였다.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한기평은 ECC 업황의 위축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롯데케미칼이 2015년 수준의 재무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롯데케미칼이 회사 재무구조를 고려, 액시올 인수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빠르게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양자택일을 할 수도 것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은 시장과 회사 재무상황에 따라 고려할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확정된 회사채 발행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액시올 인수를 위한 의향서를 제출한 단계이기 때문에 자금 조달 방안은 향후 논의가 구체화될 때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