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재계에 대한 야당의 압박이 시작됐다. 국민의당은 공익법인을 활용한 재벌가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대기업 법인세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6월 임시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6일 계열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한도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 중인 만큼,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채 의원은 기재부의 이런 움직임이 사실상 재벌의 보유 지분 한도를 늘려주기 위한 뜻으로 보고 있다.
현행 상속세법상 공익법인은 내국법인이 출연한 의결권 주식 5%(성실공익재단은 10%)까지 상속증여세 혜택을 받는다.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회사도 이를 기부금으로 처리해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 때문에 기업 오너 일가에서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해 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등 제도를 악용해 왔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채 의원은 공정거래법에서 재벌계열의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더민주는 가장 먼저 법인세 인상을 들고 나왔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이날 “법인세를 이명박 정부 시절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당론으로 삼겠다”며 “원 구성이 끝나는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과세표준(연간 수입금액) 500억 원 이상인 대기업에 대해 22%인 현행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의당은 증세에 다소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양당 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세출 구조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어디에 돈이 더 필요한지를 먼저 파악해야지, 세금을 올리자는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