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의 지급을 보류했다.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와 반대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은 지난달 31일 금감원에 제출한 자살보험금 지급계획서를 통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 지급 여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쟁점으로 계류 중인 소송 건은 총 8건이다
이들 3사가 지급해야할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은 969억원이다. 이 가운데 소멸시효가 지난 금액은 727억원에 달한다. ING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도 지급 거부 입장을 금감원에 전했다.
이들 보험사는 배임 가능성을 이유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소멸시효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명백한 ’도덕적해이’라고 규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서 부당하게 가지고 있던 돈을 돌려주라는 것인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게 앞뒤가 안맞는 얘기”라며 “일각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실적 악화를 우려해 사적 이익을 위해 이 같은 입장을 고집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도 소멸시효가 지났어도 자살보험금은 지급해야 한다는 쪽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법적으로 명령을 하는게 아니라, 도덕적인 권고를 하는 것이므로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는) 큰 틀에서 금감원과 컨센선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제재와 검사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지난 2014년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를 검사했다. 하지만 제재는 대법원 판결 때문에 미뤄진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 제재를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달 12일 "보험사가 생명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재해사망 특약'을 뒀다면 가입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특약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특약조항이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에도 특약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이해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