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만난 현대상선, 육지가 보인다

입력 2016-06-01 11:33 수정 2016-06-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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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8000억 채무재조정 성공 눈앞… 해운동맹 가입도 청신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 경기가 급락한 시점부터 따지고 보면 현대상선의 시련은 꽤 길었다. 2010년부터 6년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2013년 12월 그룹 차원에서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불황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결국 지난 2월 자율협약 개시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만 했다. 다행인 것은 채무재조정, 용선료 협상, 해운동맹 가입 등 현대상선이 풀어야 할 과제들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법정관리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만큼 이번 한 주가 고비다.

◇ 1차 관문 채무재조정 성공 가능성 높아 = 현대상선은 지난달 31일 진행된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며 첫 관문을 넘겼다. 현대상선은 이날 서울 연지동 본사에서 오전 11시, 오후 2시·5시 세 차례에 걸쳐 집회를 열고 총 6300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을 거의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번 채무재조정 안건은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공모사채 8043억원에 대해 50% 이상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사채권집회는 1일에도 오전 11시, 오후 3시에 같은 안건으로 열린다.

1일 열리는 두 차례의 채무조정 역시 모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조정안은 채권단이 보유한 협약채권보다 유리하며, 출자전환 주식은 신주 상장 직후 매도가 가능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게 현대상선 측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사채권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상당수로부터 사전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에 대해 막바지 총력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남아 있는 채무재조정도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용선료·해운동맹도 기대감… 법정관리 면할까 = 가장 핵심 과제인 용선료 협상도 사실상 타결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용선료 협상에 대해 “외국 선사들과 기본 방향에 대해 합의를 했고 세부적인 조건을 논의 중이며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역시 “3개월 이상 난항을 겪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조정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협상은 이르면 이번 주말 최종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하율은 그동안 채권단에서 잡은 28.4%보다 조금 낮은 20% 수준으로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관문인 해운동맹 가입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결성된 제3의 해운동맹 ‘디(THE) 얼라이언스’에 소속된 회사 중 기존 G6 회원사였던 3개 회사(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NYK·MOL)는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면 해운동맹 가입을 지지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으며, 또 다른 1개 회사는 구두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G6 해운동맹 회원사 정례회의에서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하기 위한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해운동맹 가입 여부는 소속 해운사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기존 해운동맹 CKYHE 소속이었던 한진해운, K-라인의 동의만 얻어내면 되는 셈이다.

용선료 인하 협상, 채무재조정이라는 고비를 사실상 넘긴 현대상선이 새 해운동맹 가입에도 성공하면 자율협약 진행을 위한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게 된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684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진행할 방침이다.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0% 수준으로 낮아져 정부가 조성한 12억 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초대형 선박 확보는 새 해운동맹 가입에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다. 다만 현대상선이 지난 2월 개시한 자율협약은 용선주와 사채권자 등 현대상선 채무재조정과 관련한 이해관계자의 동참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으로 하나라도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되며 법정관리행을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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