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가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자사가 보유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 지분을 최소 79억 달러(약 9조4089억원)어치 매각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난 2000년에 처음 투자를 한 이후 알리바바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성명에서 “지분 매각은 자본 확충과 부채 감축 등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가 매각하는 지분 중 20억 달러어치를 재매입한다. 4억 달러어치는 알리바바 파트너들에, 5억 달러어치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부펀드에 각각 매각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는 나머지 지분 50억 달러어치의 매각을 전담할 새 신탁회사를 세울 방침이다. 이 신탁회사는 알리바바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와 교환할 수 있는 신탁증권을 앞으로 3년에 걸쳐 적격 기관투자자들에 매각할 계획이다. 초기 투자자들은 10억 달러어치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이번 지분 매각 결정으로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율은 약 32%에서 28%가량으로 낮아지게 된다. 소프트뱅크는 “남은 28%의 지분을 계속 보유할 계획이며 알리바바와의 파트너십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손정의 회장이 여전히 알라바바 이사로 남을 것이고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소프트뱅크 이사 자리를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투자는 놀랄 정도로 성공적인 것이었고, 우리는 지난 16년간 많은 흥미로운 프로젝트에 협력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며 “거대한 기회가 우리 앞에 놓인 가운데 알리바바와 소프트뱅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지분을 매각한 건 미국 이동통신 자회사인 스프린트 인수가 부담이 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스프린트는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였으나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뒤 4위로 전락했다. 손 회장은 스프린트의 경쟁사인 T모바일US를 추가로 인수해 미국시장에서 기반을 확고히 다지려 했으나 경쟁이 저해되는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반대로 실패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IQ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3월 말 기준 장기 부채가 약 770억 달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