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작업 중 전동차에 받혀 숨진 정비용역업체 직원을 향한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족을 찾아 "보상과 예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1일 관련업계와 구의역,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구의역 1·4번 출구쪽 대합실 내에는 흰색 테이블과 게시판, 포스트잇, 필기구 등이 설치돼 시민들이 포스트잇과 꽃 등으로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 승강장에서 안전문 정비용역업체 직원 김모(19)씨는 28일 오후 5시 57분께 정비 작업을 하다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역무실·서울메트로 등 관리감독 부실 탓에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이튿날부터 내선순환 방면 9-4번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옆에 추모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다. 서울메트로와 구의역 관계자들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아래층 개찰구 옆으로 추모 공간을 옮겼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승강장에 추모 포스트잇이 계속 붙어 있으면 훼손될 수도 있고 안전 문제도 있다고 판단해 옮겼다"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사죄하는 마음으로 추모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오후들어 추모 쪽지에 퇴근길 시민들이 줄지어 동참했다. 포스트잇 아래쪽 테이블에는 컵라면도 여러 개 놓여 눈길을 끌었다. 고인은 사망 당시 소지품이 정비도구와 컵라면 한 개뿐이어서 평소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음을 짐작케 해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유가족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고인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씨는 사고 다음날인 29일이 생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크린도어 사고 유족 만나 "예우와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 시장은 숨진 정비용역업체 직원 김모(19)씨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과 구의역 사고 현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혼자 병원을 찾아 고인에게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했다. 유족에게는 고인에 대한 예우와 보상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전날 밤에도 유족을 만나러 갔다가 길이 엇갈리는 바람에 발걸음을 돌리고 이날 다시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김씨 빈소가 차려지면 다시 찾을 계획이다. 이어 박 시장은 구의역 현장을 찾아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추모 메시지를 살피기도 했다. 그는 구의역 현장에서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서울시민에게도 머리 숙여 사죄했다.
박 시장은 "돈 보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고 우선하는 행정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