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등으로 우발채무가 위험 수준에 도달한 증권사에 금감원이 칼을 빼들었다. 채무보증 규모를 비롯해 주가연계증권 발행·헤지 규모와 구조화증권 발행 규모 등을 통틀어 잠재 위험 수준이 높은 대형 증권사들이 첫 타깃이 될 전망이다.
26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발채무, ELS, 구조화증권의 절대 규모는 물론 자기자본 대비 비중 등 양적ㆍ질적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려가 큰 기업 위주로 이달 말부터 검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미 첫 검사대상이 될 회사에는 사전 통보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금감원은 ‘2016년 금융투자회사 중점검사사항’을 사전예고하고 올해 증권사 채무보증과 복합금융상품 운용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ELS는 지난해 중점검사사항에도 포함돼 있던 내용이지만 증권사의 채무보증 실태는 올해 새로 중점검사사항으로 편입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증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24조2000억원으로 2013년(11조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채무보증의 75% 이상은 증권사가 건설사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에 제공한 신용보강액이다. PF가 부실화하면 곧바로 빚이 되는 우발채무인 만큼 증권사 유동성과 건전성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에 금감원은 이달 말부터 한 번에 2~3군데씩 복수의 증권사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무보증 규모만 따지면 지난해 말 기준 5조원 수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메리츠종금증권이 첫 타자가 돼야 하지만 ELS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NH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등 대형사가 우선 검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NH투자증권의 채무보증 규모는 3조772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83.3% 수준이지만 24일 기준 ELS 발행 규모가 9조2132억원으로 자기자본의 203.4%에 달한다. 현대증권 역시 채무보증 비율은 84% 수준으로 메리츠증권(296%), 교보증권(190.5%) 등에 비해 낮지만 ELS 발행 규모가 자기자본의 169.1%로 커 검사대상이 될 수 있다.
HMC투자증권은 우발채무 규모는 물론 질적 수준이 낮아 우선 검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HMC투자증권은 우발채무에서 저등급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이 유독 큰 상황이다. 1조원대 신용공여 중 거래 상대방 등급이 ‘BBB’ 이하인 계약금액이 78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무등급 비중이 61%로 교보증권(2.2%), 하이투자증권(10.5%)보다 과도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미 이달 초부터 KB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의 특별자산펀드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특별자산 펀드가 단일 자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사업성 심사와 리스크 관리 등을 적절히 수행했는지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월례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수시로 우발채무 규모를 들여다보고 있다. 매월 증권사들이 제출하는 영업보고서를 통해 유동성과 건전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발채무를 비롯해 여러 영역을 ‘멀티 테마 검사’하고 자체 개선 노력이 미흡한 금융투자회사에는 엄중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