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오후 5시 퇴근이라고 공문 내려왔는데, 생산직에서 그건….”
지난 23일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자회사 직원이라는 밝힌 생산직 직원 A씨가 내뱉는 푸념이다. 다음달부터 대우조선 거제조선소 전 직원들은 오후 5시 퇴근을 지켜야 한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잔업과 주말 특근 등을 폐지하겠다는 사측의 의지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직 직원들은 공정을 맞추기 위해선 잔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오후 5시 퇴근, 그건 현장에서 불가능하다”며 “그 얘기는 잔업을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돌려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가 몰려있는 거제에서 생산직 직원들이 말하는 근무시간 마지노선 ‘월 400시간’은 지난해 연말부터 현장에서 사라졌다. 월 400시간은 잔업과 특근 시간이 포함돼 그나마 수당으로 월급 봉투를 두텁게 할 수 있는 생산직 직원 입장에선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근과 잔업이 폐지돼 관련 수당이 지급되지 않으면 급여가 절반가량 줄게 된다는 얘기다.
A씨는 “한창 일감이 많을 때 월 440시간을 일한 적이 있다”며 상념에 잠겼다. 그는 “공기 마감을 앞두고 바쁠 땐 월 400시간 이상 석 달 연속 일하면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수당으로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마음은 편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근무시간과 언제 구조조정 대상을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하청업체 생산직 근로자들의 상황은 더 악화된 상황이다. 폐업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줄어든 수입은 고사하고 임금이 체불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실제 경남 거제와 통영, 고성 지역 임금 체불 신고 근로자는 올들어 모두 25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1000명 넘게 늘었다. 금액은 124억원으로 70억원이 증가했다.
이날 조선소에서 만난 또 다른 생산직 근로자 B씨는 연일 구조조정 소문을 담고 확산되는 찌라시에 혀를 찼다. 그는 “이번주는 A팀 인력 30명, 다음주 B팀 인력 50명을 구조조정한다는 등 확인되지 않는 내용들을 순번까지 메긴 찌라시가 문자 메시지로 전달되는 데, 이를 접할 때 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