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공개 동성 결혼식을 올린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가 동성 결혼 혼인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가족관계등록 비송 재판부(판사 이태종 법원장)는 25일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낸 가족관계 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했다. 두 사람이 이번 결정에 불복하면 기한 없이 항고해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두 사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평등의 원칙 등을 들어 동성혼도 이성혼과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법원장은 "우리 대법원은 지금까지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되는 결합이라고 하고 있고, 여러 판결이나 결정에서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정의해왔다"고 밝혔다.
이 법원장은 "우리 헌법과 민법, 가족관계등록법 해석상 '혼인'을 당사자의 성별을 불문하는 결합으로 확장해 해석할 수는 없다"며 "신청인들의 합의를 '혼인의 합의'로 볼 수 없는 만큼 혼인신고도 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 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법원장은 또 동성혼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법원장은 "시대적 상황 등이 다소 변경되기는 했지만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현행법 상의 해석론만으로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3년 공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같은 해 12월 서울 서대문구에 혼인신고서를 냈다. 하지만 이틀 뒤 혼인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자, 혼인신고서를 내달라며 신청을 냈다.
이번 결정은 두 사람이 등록부 정정 신청을 낸 지 2년 만에 결론이 나왔다. 심문기일은 신청이 접수된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7월 한 차례 진행됐다. 당시 심문기일을 진행한 이기택 법원장이 대법관에 임명되면서 후임인 이태종 법원장이 심리를 이어받았다.
두 사람의 사건을 대리한 류민희 변호사는 "평등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본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당사자와 논의한 후 내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항고 의사를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