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3년간 4조원 쏟아 붓고도 법정관리 간다

입력 2016-05-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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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채권단 실무자급 회의… 자율협약 기간 대규모 지원에도 지난해 2000억 영업손실

3년간 4조원의 자금 지원을 받고도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25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STX조선의 향후 구조조정 진행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의 재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3년 4월부터 진행된 자율협약 체제를 중단하고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이 STX조선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를 밟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청산된다. STX조선의 금융권 채무는 6조원이 넘는다. 4조원 이상의 대출금과 1조원 이상의 선수금환급보증(RG)이다.

한때 수주 잔량 세계 4위 조선소 위용을 자랑하던 STX조선은 업황이 장기 불황으로 진입하자 수주 급감, 고(高)비용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재무여건이 악화됐다. 중형 탱커 전문 조선사인 STX조선이 다양한 유형의 선박들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를 운영하는 무리한 경영확장도 위기를 불러왔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이 고꾸라지고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채권단은 회생 가능성만을 믿고 대규모 지원을 시작했다. 2013년 4월 자율협약 신청 당시 금융권에서는 “법정관리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채권단과 정부는 자율협약을 감행했다. 같은 해 9월 강덕수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고, 11월에는 대주주가 ㈜STX에서 산업은행으로 변경됐다.

자율협약 기간에 채권단은 4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으며 경영정상화를 꾀했다. 하지만 2013년 이전 저가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지속적으로 커졌고 공정 지연 등으로 2013년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에도 손실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2014년 3000억원, 작년에는 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면서 결국 회생에 실패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은 작년 말 추가로 4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경남고성조선소를 분리 매각하는 등의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지만, 이미 조선 빅3까지도 휘청이는 조선업 위기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율협약 이전 3600여명이던 직원 수를 2400여명으로 줄이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수주절벽’ 앞에 결국 무릎을 꿇어야 했다. 자율협약 과정에서 우리·KEB하나·신한은행이 채권단에서 탈퇴했고, 현재 채권단에는 산업은행(48%)·수출입은행(21%)·NH농협은행(18%) 등만 남아 있다.

결국 지난달부터 정부 주도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채권단은 STX조선의 재무와 경영상태에 대한 재실사를 진행했고, 재실사 결과 초안을 받아든 채권단은 STX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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