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 소송 첫 재판… 부실 인식 시점 놓고 공방

입력 2016-05-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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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뛰었지만 해앙플랜트 사업으로 전환할 시점부터 사실상 부실 상태였다." (소액주주 측)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든 이후 유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수주를 거부당했고, 그 때부터 적자 상태가 됐다." (대우조선해양 측)

대우조선해양의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에서 2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알고도 은폐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사측의 고의 은폐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중요한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영학 부장판사)는 23일 소액주주 갈모 씨 등 109명이 대우조선해양과 고재호 전 사장,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부실 시점에 관해 "2010년 기점으로 물량 수주가 안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측은 "상선 수주가 안 되면서 해양플랜트(석유시추선) 사업으로 전환했는데, 그 때부터 주가가 뛰었지만 사실상 부실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그 이후에 유가 상승으로 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실이 시작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액주주들은 "유가 하락과는 무관하게 공사대금 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저가 수주가 문제였다"라고 재반박했고, 회사 측은 "선박 대수 문제가 아닌 설계 비용 변동, 대손충당금 반영 등의 추정 문제로 회계처리가 잘못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소액주주 측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2014년 대대적으로 적자공시를 한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흑자공시를 한 점을 지적했다. 고재호 전 사장의 연임이 결정되는 때였고 공시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이었는데, 연임에 실패하자 4개월만에 적자 공시를 한 점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현대중공업과 비교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진행률이 1년~2년 정도 늦었다"며 "똑같은 진행률인데 문제 인식이 늦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양 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양 측이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으니 각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또 "3월 10일 소장이 접수된 이후 사 측은 답변서만 낸 상태"라며 "준비서면 등의 의견서를 상세하게 내서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사 측은 다음달 10일까지 준비서면을 제출해야 한다. 2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편 소액주주들이 법무법인 한누리와 법무법인 정진을 통해 제기한 단체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5건 계류 중이다. 4건의 소송을 맡고 있는 한누리의 박필서 변호사는 "보통 분식회계 사건은 증권선물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감리 결과가 나오고 고발이 이뤄져서 소송이 진행되는데, 이 사건은 소송 제기가 빨랐다"며 "재판 호흡이 길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공사와 관련해 2조 6000억원대 손실을 입은 사실을 은폐해 오다 뒤늦게 재무제표에 반영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2014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 중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대우조선해양이 노르웨이 송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는데도 그 사실을 숨기다 2015년 반기보고서 잠정공시를 뒤늦게 알렸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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