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탈리아 자동차 연합인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에 대해서도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스즈키의 배기가스 및 연비 테스트 자료 조작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 불거진 것이어서 자동차 업계에 대한 신뢰도는 한층 더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독일 일간 빌트 일요판은 22일(현지시간) FCA가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독일자동차협회(KBA)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이탈리아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혐의를 통보했다. 독일 당국은 폭스바겐이 지난해 배출가스 시험에서 부정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디피트 디바이스(무효화 장치)’라는 소프트웨어를 자사 엔진에 탑재하고 있었다고 인정함에 따라 대대적으로 배출가스 조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FCA 역시 폭스바겐과 같은 부정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빌트에 따르면 KBA는 FCA의 자동차를 놓고 시험한 결과, 배기 제어 시스템이 22분 후, 즉 표준 시험 종료 2분 후에 멈췄다. 그렇게 되니, 위험한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이 허용 수준의 10배 이상 대기 중에 방출됐다. 이에 KBA는 보고서에서 디피트 장치가 사용되고 있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결론 지었다.
FCA는 빌트의 취재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앞서 FCA는 18일, 자사 차량의 배출가스 문제에 대해 독일 당국과 협의할 예정이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이탈리아 당국과의 협의로 밖에 응할 수 없다며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독일 당국은 FCA를 “비협조적인 태도”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