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극동 물류·운송 인프라 프로젝트를 협력사업으로 제안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AIIB 진리췬 총재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면담을 갖고 극동에서 추진하는 북방항로 기착항까지 연결하는 철로건설 확장 프로젝트에 대한 재원지원을 협력사업으로 제안했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 RIA통신이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지난해 AIIB에 가입하고 나서 공식적으로 처음 제안한 사업이다.
중국, 한국, 러시아, 인도 등 57개 회원국의 참여로 지난 1월 공식 출범한 AIIB는 초대 총재로 진리췬 중국 재정부 부부장이 선출됐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회원국 대표 11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는 AIIB에서 중국, 인도에 이어 3대 지분국이다.
푸틴 대통령은 진리췬 총재와 이날 면담 자리에서 “앞으로 AIIB가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견줄 수 있는 국제금융의 주축으로 아시아 인프라 개선을 적극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초대 수장의 폭 넓고 다양한 경험과 전문역량으로 더더욱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앞으로 말했다. 이에 진리췬 총재는 “그러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진리췬 총재는 이날 안톤 실리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과도 별도로 만나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러시아는 극동·시베리아에서 추진하는 철도, 도로, 물류 등 주로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재원확보 과정에서 AIIB의 지원과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 러시아는 AIIB내 중국과 양축이 되어 아시아 역내 국가들과 다자간 외교역량을 강화하며 자국의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한다는 외교전략을 갖고 있다.
AIIB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교통, 통신, 에너지, 농촌개발, 수자원 등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러시아는 AIIB 내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적극 대변하며 프로젝트 지원을 유치함으로써 러시아가 추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의 인프라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것도 러시아가 AIIB를 활용하는 외교전략들 중 하나다.
지난해 러시아 우파에서 열린 브릭스 5개국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발의로 5개국간 협력으로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을 설립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개발은행과 중국이 주도하는 AIIB 간의 시너지에 주목된다.
또한 오는 6월 중국에서 열릴 러·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훈춘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AIIB의 지원대상 프로젝트로 언급되며 러시아가 요청하는 북방항로 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전명수 러시아 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