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과 경제 및 안보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세안 회원국 10개국 정상들과 19~20일 양일 간 러시아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러시아 국영통신 타스 등 현지 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아세안은 동남아국가연합의 정치·경제협력기구로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등 10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는 러시아와 아세안간 ‘대화 동반자관계’를 수립한 지 20주년 되는 해다. 이에 러시아는 아세안과 관계 증진의 일환으로 회원국 정상들을 러시아로 직접 초청해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러시아에서 아세안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아세안 역내 국가들과의 정상회의는 러·아세안 파트너십에 대한 질적 성장 및 국제 정세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략적 협력 확대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있다. 아태 지역의 국제 테러리즘, 긴급재난의 대처 등 안보 협력을 비롯하여 에너지, 교통, 인프라, 기술혁신, 식량문제를 중심으로 상호간 경제·통상, 투자 협력에 대한 증진 방안을 이번 정상회담의 주안점으로 둔다. 이에 유라시아 역내 국가 간 포괄적인 안보 및 경제적 이익 실현을 위해 러시아의 주된 역할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의 직후 부대행사로 19일 개최되는 러·아세안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러시아와 아세안 10개국의 주요 기업 대표들이 참석하는 기업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해 실질적 비즈니스 협력의 장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문화 협력 및 인문교류 확대도 주요 논의 분야로 다뤄진다.
이번 소치 정상회담을 계기로 제1차 러·아세안 문화부 장관회의를 개최하며, 올해를 러·아세안 상호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각종 예술문화 행사를 포함해 다양한 기념행사들도 개최한다.
러시아와 아세안 10개국간 정상 회의는 지난 2005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2010년 베트남 하노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약 6억명의 인구를 앞세워 세계 7위 경제권으로 부상한 아세안과 경제협력 강화라는 실리를 취하면서, 동시에 최근 중국과 미국이 남중국해 영토를 둘러싸고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아세안과 관계 강화로 중국의 영유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대중국 외교에 활용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속내라는 것이 국제사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전명수 러시아 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