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前 씨앤앰)의 대주주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사상 처음으로 인수금융(대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가 딜라이브를 인수하고자 금융기관에서 빌린 2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부도 위기가 커진 것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려고 2007년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인 KCI는 지난달 30일 200억원 가량의 이자를 금융기관에 지급하지 못했다.
딜라이브는 이자를 정상 납부했으나 KCI는 자금이 바닥났다. KCI는 그동안 연간 1000억원의 이자 비용을 금융기관에 납부했다. 2조2000억원 중 1조5670억원은 KCI가, 나머지 6330억원은 딜라이브가 차입한 금액이다.
이처럼 KCI의 곳간이 빈 상황에서 21곳의 대주단 중 4곳이 인수금융 차환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변수다. 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새마을금고, 부산은행, KDB생명이 인수금융 연장에 아직 찬성하지 않았다.
인수금융 차환을 주관하는 신한은행은 이들에게 이달 24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27일께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대주단 중 한 곳이라도 인수금융 차환에 동의하지 않으면 2조2000억원은 오는 7월 30일 부도 처리된다.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이 인수금융 차환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이들 기관의 내부 상황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KDB생명은 매각을 앞두고 있어 최종 의사 결정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정상 여신을 출자 전환으로 변경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 인수금융은 현금흐름과 같은 사업성 측면이 아닌, 4개 기관의 보신주의로 인한 부도 위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인수금융 차환과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2조2000억원의 인수금융이 부도나면 이를 빌려준 은행, 연기금, 생명보험사 등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자본시장은 얼어붙을 전망이다. MBK파트너스의 인수금융 차환 실패는 다른 사모펀드(PEF)의 자금 모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주단도 타격이 크다. 부도 상황이라면 각 기관은 질권을 행사에 인수금융 비율대로 딜라이브 지분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이 경우 딜라이브 주주가 쪼개지면서 매각 동력은 힘을 잃을 우려가 있다. 대주단이 돈을 건질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지는 것이다.
신건식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MBK파트너스에 딜라이브의 매각 성공을 압박하기 위해 1년 단위로 인수금융이 연장될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든 좋은 가격이 아닌 빨리 매각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대주단은 KCI에 8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 이를 우선주로 돌리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이 경우 KCI와 딜라이브의 이자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