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퍽!” 격렬한 타구음이 적막을 깼다. 경기 하남의 캐슬렉스 이성대(골프연습장)엔 진중한 눈빛의 청년들이 늘 같은 자리에서 골프 스윙 연습을 한다. 팀57 골프단 선수들이다. 6명(남녀 3명씩)의 골프 유망주와 5명의 스텝(감독 1명·코치 2명·트레이너 2명)으로 구성된 팀57은 스크린골프 브랜드 티업비전을 전개하는 마음골프(대표 문태식)가 후원사다.
그러나 기존 골프단과는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어디에도 기업(브랜드) 로고가 노출되지 않는다. 선수들 역시 마음골프(티업비전) 관련 어떠한 홍보 활동도 하고 있지 않다.
넵스, 대방건설, 롯데, 문영그룹, 미래에셋, 삼천리, 신한금융그룹, 하이트진로, 한화, 호반건설, KB금융그룹 등은 국내 남녀 프로골퍼를 후원하는 대표 기업이다. 기업은 프로골퍼에게 금전적으로 후원하고, 선수는 기업(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거나 의류에 패치를 부착하고 경기에 출전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서는 기업이 특수 제작한 캐디백을 사용하거나 기업의 각종 골프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KB금융그룹 후원을 받는 박인비(28), 신한금융그룹과 계약한 김경태(30) 등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팀57 선수들의 모자엔 기업(브랜드) 로고 대신 ‘57’이란 숫자가 선명하다. 선수단 버스에도 구단명(팀57) 외에는 어떠한 광고 문구도 발견할 수 없다.
이상한 건 그것만이 아니다.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거나 훈련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구단이 부담하고 있다. 스윙은 물론 골프 관련 각종 트레이닝도 팀57 소속 스텝이 맡아 가르친다. 겨울철 해외 전지훈련은 모든 선수가 2개월간 미국과 태국에서 진행했는데, 이 역시 팀57이 전액 지원했다.
골프가 개인 운동인 만큼 클럽과 의류는 개별적으로 후원을 받는다. 만약 후원사가 없을 경우는 후원사를 대신 찾아주거나 구단 예산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메인 스폰서를 찾아주는 일도 구단의 몫이다. 결국 팀57은 구단이지만 스폰서이자 매니지먼트를 겸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도네이션(Donation)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다른 기업과 후원 계약을 맺고 팀을 떠날 경우 남은 후배나 새로 팀57에 합류할 선수를 위해 일부 금액을 기부하도록 한 것이다.
마음골프는 팀57 창단을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배성만 감독과 선수 선발 작업에 착수했다. 구단 운영은 호주의 캐리 웹 재단과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을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했다는 게 배 감독의 설명이다.
국내에는 어디에도 없는 파격적인 지원인 만큼 선수 선발은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 이에 대해 배 감독은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선수나 여건상 골프 선수 꿈을 이루기 어려운 선수를 찾았다”며 “선수 성적만 보고 .선발하지 않았다. 지원서를 낸 선수 중에는 정규 투어에서 뛰는 선수도 있었지만 우리와는 취지가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 감독은 “모든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자립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정규 투어 시드를 받는 선수에게는 권한과 선택 폭을 넓혀줄 생각이다. 새로운 스폰서와의 대립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주변에선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일환으로 시작했다. 환경이 어려운 꿈나무 육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라며 구단 운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