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76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포함된 현대상선 채무재조정 방안을 다음주 중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는 현대상선이 총 용선료 25% 이상 인하에 성공했을 경우를 전제로 한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이 마련한 채무재조정 방안 역시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 채권단은 협약채권의 50∼60%를 출자전환하고 이자를 1∼2% 가량 낮춰주는 내용의 채무재조정 안건을 다음주 말경 채권단 협의회에 부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현대상선 협약채권 중 일반채권의 60%,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의 50%를 각각 출자전환할 계획이다. 해당 채무는 10년 만기 조건으로,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방식이다.
협약채권 총 규모는 약 1조4000억원으로, 일반채권은 6000억원 가량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총 출자전환액은 약 76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논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재조정 방안에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만큼 해당 안건은 채권금융기관의 100% 동의를 받아야 가결된다. 채권단은 다음주 말경 안건을 부의하고 채권단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채권자 등 비협약채권자보다 채권단이 높은 비율의 출자전환으로 손실분담을 더 많이 하자는 취지로, 용선료 협상을 봐가면서 다음주 쯤 출자전환 안건 부의를 할 계획이다”며 “이달 말에 있을 사채권자 집회도 채무재조정 방안이 통과되면 큰 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재소집되는 사채권자집회에서는 지난 3월 부결된 1200억원 등을 포함해 총 8000억원 규모의 채무 연장을 논의한다.
단, 이 같은 채무재조정 방안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했다는 전제 하에서다. 채권단은 현대상선 측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무산되면 이번에 마련한 채무재조정안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조건부 자율협약 역시 무산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은 영국의 조디악, 그리스 다나오스, 싱가포르의 이스턴퍼시픽 등 22개 해외 선사들을 상대로 용선료 20∼30% 인하를 목표로 협상 중에 있으며, 이달 중으로 협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총 용선료 인하율 목표치를 28%대로 잡고 있으며, 과거 선주로부터 기할인한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25%까지는 용선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선료 협상 시한은 이달 중하순께로 점쳐지는 만큼, 현대상선의 명운도 이달 중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4일 간담회를 통해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시한은 이달 중순까지 결정됐으면 좋겠다”며 “기존에도 언급했지만 협상이 잘 안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