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본선의 양자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치러진 공화당의 인디애나 주 프라이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면서 사실상 공화당은 최종 대선 후보 굳히기에 들어갔고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경선에서 패했지만, 일찌감치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인디애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53.3%의 득표율(98% 개표 기준)로 압승을 거뒀다. 특히 이미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1237명)의 8부 능선을 넘긴 가운데 이날 인디애나 주에 할당된 57명 중 51명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최종 대선 후보 지위를 굳히게 됐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불과 수개월 전 만에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현실이 됐다”고 표현했다.
이날 인디애나 경선 잠정 결과가 트럼프의 승리로 돌아가자 공화당 내 경쟁 후보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경선 레이스 중도 포기 선언을 했다. 크루즈는 공화당 내 강경 극우세력을 일컫는 ‘티파티(teaparty)’의 총아로 불리며 한때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크루즈는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직전에는 트럼프와 막연한 관계였으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양측의 비방전은 극에 치닫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동북부 5개 주에서 완패를 당하고 이날 인디애나까지 트럼프에 내주면서 현실적으로 7월 전당대회 이전까지 트럼프의 매직넘버 달성을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의 매직넘버를 저지해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경쟁 전당대회를 열어 제3의 인물을 당 대선 후보로 지명하려던 공화당 지도부도 ‘현실’을 인정했다. 이날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을 주관하는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라인스 프리버스 위원장은 트위터에 “트럼프가 사실상(presumptive) 공화당의 대선 후보 지명자가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날 민주당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접전 끝에 인디애나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샌더스는 이날 민주당 인디애나 경선에서 52.5%의 득표율을 기록해 클린턴 전 장관(47.5%)을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샌더스는 43명의 대의원을, 클린턴은 37명의 대의원을 가져가게 됐다. 그러나 샌더스가 전세를 역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샌더스 의원은 승부와는 상관없이 오는 6월 14일 마지막 경선전까지 완주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미국 언론들은 대권 재수 끝에 다시 본선에 출마한 ‘인사이더’, 클린턴과 각종 막말과 기행 등에도 본선행을 확정한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대결이 각종 파란을 일으킬 걸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을 근소한 차이로 꺾는 결과가 나오는 등 향후 본선에서도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본선행을 확정 지어도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넘기 어려운 벽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BBC는 그간 각종 막말과 인종·성차별적 발언으로 히스패닉과 여성 유권자들에게 반감을 산데다 트럼프가 아무리 재벌이어도 본선행까지 사재를 털어 치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경선레이스에서 이렇다 할 정치후원 네트워크 없이 자비로 진행해왔다. 그간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를 반대해왔던 주류 인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평가다. 2008년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현 애리조나 상원의원)의 수석자문이었던 마크 솔터는 클린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동북부 5개 주 경선 완승부터 자신을 스스로 “사실상(presumptive) 공화당의 대선 후보”라고 표현했던 트럼프는 이날 클린턴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그는 “클린턴은 좋은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의 남편(빌 클린턴)은 나프타라고 불리는, 아마도 역사상 최악일 무역협정에 서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