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잇따른 부동산 매각…고금리 책임준비금 49조원 어쩌나

입력 2016-05-03 09:55 수정 2016-05-03 10:1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다운사이징 시도..생보시장 성장성 낮게 평가한듯

삼성생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부동산을 잇따라 처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보험사 중 가장 많은 고정부채를 가진 삼성생명이 시가 평가를 앞두고 본격적인 ‘다운사이징(자산 축소)’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회사가 부동산 등 고정자산 처분에 나선다는 것은 최근 헐값에 매각된 알리안츠생명처럼 국내 생보시장의 향후 성장성을 낮게 평가했다는 신호일수 있어 주목된다.

3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삼성생명의 6% 초과 고금리 책임준비금 규모는 전체 134조원의 34.5%인 49조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에 삼성생명의 금리확정형(유·무배당) 부채적정성평가(LAT) 결손액은 약 26조원 으로 산출됐다.

연이은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고금리 책임준비금과 LAT 수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보험사의 감독기준과 회계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유럽보험업계가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는 ‘솔벤시2’를 보험사의 건전성 감독 기준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동시에 보험사들은 오는 2020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를 도입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솔벤시2’, ‘IFRS4 2단계’ 모두 부채를 원가평가가 아닌 시가평가한다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쌓는 책임준비금을 계약 당시 할인율(금리)을 적용해 원가로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내년에 고객에게 줘야 할 돈이 100원이고, 가입 당시 할인율이 10%라고 가정했을 때, 보험사는 올해 책임준비금을 90원만 쌓아도 된다. 할인율 10%가 적용될 것이라는 원가 추산 하에 적립액을 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가평가로 전환되면 가입 당시 할인율이 아닌, 현재 기준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저금리 시대인 만큼 같은 조건으로 할인율이 5%로 떨어졌다면 보험사는 책임준비금을 5원 더 쌓아야 한다. 낮아진 할인율을 고려하지 않고 책임준비금을 더 쌓지 않는다면 나중에 계약자에게 약속된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생명의 경우 6% 초과 고금리 책임준비금 규모가 지금보다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LAT를 살펴봤을 때도 보험사는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결손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추가로 쌓아야 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LAT 전체 총계는 4조5000억원 잉여지만, 향후 잉여·결손금 상계가 금지될 경우 결손금을 별도로 챙겨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이 부동산 매각을 통해 제도 변화에 선제로 대응한다는 시각이 나온 배경에는 같은 이유로 최근 헐값으로 매각된 알리안츠생명의 영향도 컸다.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을 35억원에 사들이겠다고 지난달에 밝혔다. 총자산 16조6510억원으로 생보업계 11위를 차지했던 알리안츠생명이 헐값에 팔린 셈이다.

알리안츠생명의 가치가 떨어진 것 역시 부채 시가평가가 큰 이유로 작용했다.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지난해 금리확정형 LAT 결손금액이 1조5000억원으로 산출됐다. 금리연동형까지 합했을 때도 694억원 결손이 발생했다. 총계 기준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은 생보업계 중 알리안츠생명이 유일했다.

이에 총자산 200조원이 넘는 삼성생명도 새로운 규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분주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현재 보험사의 부채적정성만 봤을 때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삼성생명이 만약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부동산을 매각한 것이라면 제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자산 포트폴리오 검토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인지는 지배구조 등을 세부적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부동산 자산의 효율성이 극대화됐을 때 매각한 것”이라며 “자산운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제도 변화 때문에 부동산 매각을 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부동산 PF 체질 개선 나선다…PF 자기자본비율 상향·사업성 평가 강화 [종합]
  • ‘2025 수능 수험표’ 들고 어디 갈까?…수험생 할인 총정리 [그래픽 스토리]
  • 삼성전자, 4년5개월 만에 ‘4만전자’로…시총 300조도 깨져
  • 전기차 수준 더 높아졌다…상품성으로 캐즘 정면돌파 [2024 스마트EV]
  • 낮은 금리로 보증금과 월세 대출,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 [십분청년백서]
  • [종합] ‘공직선거법 위반’ 김혜경 벌금 150만원…法 “공정성·투명성 해할 위험”
  • 이혼에 안타까운 사망까지...올해도 연예계 뒤흔든 '11월 괴담' [이슈크래커]
  •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를 때죠" 83세 임태수 할머니의 수능 도전 [포토로그]
  • 오늘의 상승종목

  • 11.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9,152,000
    • +3.52%
    • 이더리움
    • 4,563,000
    • +0.71%
    • 비트코인 캐시
    • 630,000
    • +5.97%
    • 리플
    • 1,003
    • +5.58%
    • 솔라나
    • 311,600
    • +5.88%
    • 에이다
    • 822
    • +7.45%
    • 이오스
    • 790
    • +1.41%
    • 트론
    • 259
    • +2.37%
    • 스텔라루멘
    • 179
    • -1.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600
    • +17.96%
    • 체인링크
    • 19,260
    • +0.31%
    • 샌드박스
    • 409
    • +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