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tvN 드라마 ‘시그널’로 관객을 먼저 만나긴 했지만, 이제훈의 군 제대 후 첫 선택은 바로 이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이었다. 주인공 홍길동으로 분한 이제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소설 속의 의협심 넘치는 ‘홍길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인물을 창조해냈다. ‘탐정 홍길동’은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이제훈의 바람이 담긴 영화다. 다음은 이제훈과의 일문일답.
△‘탐정 홍길동’은 한국판 ‘씬시티’라 명명될 법한 화려한 스타일의 영화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이런 느낌의 영화가 나오리라 예상했나.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2009)과 ‘짐승의 끝’(2010)을 굉장히 좋아한다. 영화를 보면서 ‘대체할 수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감독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탐정 홍길동’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나 반가웠다.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의 확장판으로서의 상업오락 영화를 만난 느낌이었다. 이렇게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이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꾸준히 나와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의 어떤 책임감이 읽힌다.
“전작들을 통해 ‘이제훈’이라는 배우를 대중들에게 인식시켰다면, 이제는 신뢰를 줘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건축학개론’(2012)을 촬영하면서 ‘점쟁이들’(2012)을 동시에 찍었다. 데뷔가 늦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어떤 가능성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는 돈과 시간을 내서 나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에게 ‘좋은 작품을 보고 갔다’라는 느낌을 전하고 싶다. 한두 해 하고 연기를 그만둘 생각은 없기에, 돌아갈지언정 대중들에게 꾸준히 신뢰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자기 점검의 시간을 많이 갖나.
“군대가 내겐 좋은 계기였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배우의 길을 걸어왔는지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어떤 배우의 길을 걸어야 할지에 대해 방향성을 잡아 준 시기이기도 하다. 배우는 시나리오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대본이 들어와야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 기다리는 배우가 아닌, 먼저 찾아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할리우드의 경우, 배우들이 직접 제작사를 차려서 좋은 원작을 발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다. 미비하지만 작가와 시나리오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 배우라는 이유로 연기에만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의미에서의 야심 같다. 도전적인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에서 기인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다. 2003년,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가 함께 나왔던 한국영화 황금기가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 영화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세대로서,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싶다.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탐정 홍길동’은 나에게 중요한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극장 상영관의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극장에 간다. 그 순간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