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도입하고 있는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사실상 득 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27일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박기덕 과장과 주현도 과장 등이 발표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에도 불구하고 금리경로를 통한 실물경제 파급효과가 아직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 저성장과 저물가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또 부분적으로는 마이너스 정책금리 인하가 은행 예대금리 하향조정으로 이어지지 못해 금리경로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봤다.
실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의 은행들이 마이너스 정책금리로 인해 부담해야 하는 당기순이익 대비 연간 비용은 스위스를 제외할 경우 4%를 밑돌았다. 올 1월 현재 총자산대비로는 0.001%에서 0.042%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환율에 미친 영향도 기축통화국간에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 유로화 가치는 마이너스 정책금리와 함께 양적완화 등 영향으로 비교적 큰 폭 하락한 반면, 엔화는 국제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엔화 수요가 증가해 오히려 통화가치가 상승했다.
반면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의 경우 통화가치 상승 억제나 환율안정에 소기의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 경우도 마이너스 정책금리 이외에 지속적인 외환시장개입이 병행된 결과인 것으로 봤다.
권용준 한은 통화신용연구팀장은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에서 환율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마이너스 정책금리 요인만으로 보기 어렵다. 또 유럽지역은 유로화와 특수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모든 신흥국에 일반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유효성을 가지려면 우선 이같은 정책이 금융기관의 예대금리 하향 조정으로 충분히 전가돼야 한다고 봤다. 또 현금통화수요의 안정성 확보도 긴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실은 은행들이 시장점유율 위축을 우려해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예금금리에 충분히 전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저금리 장기화로 보험사나 연기금 등이 역마진에 처해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경제주체들의 현금보유 확대로 대규모 예금인출이나 화폐 퇴장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금리경로의 정상적 작동은 불가능하다. 또 경기위축이나 디플레이션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부정적 신호로 받아드려질 경우 경기활성화 효과가 오히려 제약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기덕 과장은 “마이너스 정책금리는 제로금리 하한에 대한 인식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정책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시각이 공존해 유효성이 확인된 것으로 보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소규모 개방경제는 급격한 자본유출입 변동에도 유의해야하는 만큼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과 운영에 더욱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