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왜 오디션 프로 악마의 편집에 칼을 들었나?[배국남의 눈]

입력 2016-04-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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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영씨가 지난해 방송된 '슈퍼스타K 7'출연 직후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에 대해 비판의 글을 SNS에 올렸다.
▲신예영씨가 지난해 방송된 '슈퍼스타K 7'출연 직후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에 대해 비판의 글을 SNS에 올렸다.
“방송에 비친 저의 모습은 거의 만들어진 콘셉트다. 심사 때 부를 곡이나 인터뷰 같은 것에 100% 제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 보통은 작가, PD가 시키는 대로 한다.” 신예영씨가 지난해 출연한 엠넷 ‘슈퍼스타K7’ 방송 직후 제작진의 왜곡된 ‘악마의 편집’으로 수많은 사람의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악의적이고 자극적인 ‘악마의 편집’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신예영씨 뿐만 아니다. 일반인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악마의 편집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송사의 부당한 출연계약 관행에 칼을 들었다. 공정위는 26일 SBS와 CJ E&M이 방송한 ‘K팝스타 5’ ‘프로듀스101’ ‘위키드’ 등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부당한 편집(악마의 편집)에 대한 출연자의 이의 제기를 원천봉쇄하는 등 출연계약서의 불공정약관조항 12개를 적발해 시정했다고 밝혔다.

SBS와 CJ E&M은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계약서에 촬영 내용의 부당한 편집 등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출연자는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피해가 발생해도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약관 시정 조치에 따라 앞으로 출연자들은 방송사의 악마의 편집으로 명예훼손 등 피해가 발생하거나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할 경우 방송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민형사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방송사들이 그동안 SBS ‘짝’ 같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슈퍼스타 K’ ‘프로듀스 101’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편집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며 비판을 받아왔다.

가장 진실해야 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체와 본질을 왜곡하는 악마의 편집을 서슴지 않고,날 것(Reality)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마저 자극성과 선정성으로 얼룩진 인위적인 편집이 횡행했다.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상당수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촬영, 구성과 편집을 통해 자극적 스토리텔링과 선정성과 폭력성을 확대재생산 경쟁을 펼쳤다. 악마의 편집 과정에선 출연자의 인권과 인격, 진심, 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 높은 시청률을 위해서 출연자의 아픔과 상처, 슬픔, 그리고 가난과 장애마저 아무렇지 않게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악마의 편집을 해온 것이다.

공정위의 이번 방송사의 일반인 출연자와 관련한 불공정한 약관 시정조치를 계기로 방송사와 제작진은 악마의 편집의 폐해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인식의 대대적인 각성과 함께 실천의지를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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