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를 충분한 검증 없이 출시해 집단 사망 사건을 초래한 혐의를 받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가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결과 유해성 실험과정에서 이를 인지하고도 회사측이 이를 무시한 다양한 의혹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27일 오전 2시 40분께 조사실을 나왔다. 전날 오전 9시 40분께 검찰에 출석한지 17시간 만이다.
신 전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검증을 제대로 했느냐는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질문이 이어지자 "피곤하고 목이 안 좋아서 말이 안 나온다. 죄송하다"면서 대기하던 차를 타고 검찰청사를 빠져나갔다. 신 전 대표는 문제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인산염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제품명: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가 출시된 2001년 옥시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였다.
신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하며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옥시 측이 제품 출시 전에 인체에 악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예견하고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단서를 확보한 상태다.
옥시레킷벤키저가 호서대학교에 의뢰한 공기중 독성물질 노출 실험에서 인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고농도의 PHMG가 측정됐지만 무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차 실험에서는 방을 환기시키는 방법으로 결과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해당 실험이 옥시 직원의 집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호서대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이 옥시 직원의 집에서 진행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서대학교의 가습기 살균제의 노출평가 시험 최종 보고서(2012년 9월 19일 제출)를 보면 10개 아파트 20개 방에서 진행된 1차 실험에서 69.53 ㎍/㎥의 PHMG가 검출됐다. 동물 실험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PHMG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최대치는 40㎍/㎥이다. 이를 훌쩍 넘는 69.53 ㎍/㎥ 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수치다.
보건복지부 산하 폐손상조사위원회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노출 연구를 진행한 이종현 연구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습도가 낮아진다는 이야기는 환기가 됐다는 이야기다. 환기가 되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당연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1차 실험에서 옥시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2차 실험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