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경제부처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구조조정 등 경제이슈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여당에서 제시한 ‘한국형 양적완화’에 긍정적이니 입장을 보이면서 그간 잠잠하던 양적완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4.13 총선 과정 중에 야당이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에 반대입장을 개진한 만큼, 이를 위해 여당이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또다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에는 반대의견을 명확히 했다. 또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며 대기업 지정 제도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는 한편, 올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부정청탁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한국형 양적완화 정책과 관련, “저는 이건 한번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추진이 되도록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강봉균 전 장관이 지난달 제시한 한국판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가계 부채와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은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과 산업은행 채권을 직접 인수해 필요한 곳에 돈을 풀도록 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부실한 대기업에 자금을 투여하는데서 오는 ‘도덕적 해이’와 한은의 독립성 훼손 문제를 들어 반대해 왔다. 이후 4.13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한국판 양적완화는 사실상 끝난 정책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새누리당은 그동안 묵혀뒀던 한은법 개정안을 다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야당 역시 반대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여야 간의 공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초 정책을 제안한 강 전 장관이 정치권에 재등장할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반면 박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 문제에 대해 기존의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세금을 올리는 문제는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면서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래도 부족하다 이런 것이 공감대가 이루어지면 국민이 선택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세금 인상을 얘기하는 것은 국민에게 면목이 없는 일”이라며 “재원을 가장 많이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누가 뭐라고 해도 경제가 활성화 돼서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서 세수가 늘어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규제완화에도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5조원으로 규정하는 ‘대기업 지정제도’와 관련, “다른 나라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라며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를 예시로 들며 “이 부분은 손을 대서 이 제도는 고쳐야 된다, 지금 이 시대에 맞게 그래서 뭘 해보려는 것을 다 발목을 잡아놓고 투자가 안 되느니, 경제 활성화 안 되느니 그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와 셀트리온 등 올해 신규로 대기업에 지정된 기업은 65개다. 이들은 대기업집단에 지정됨에 따라 새롭게 적용받는 규제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부정청탁 금지법에 대해선 실제 저는 이대로 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게 내수까지 위축시키면 어떻게 하느냐 해서 이 부분에 있어선 헌재에서 결정을 또 하면 거기에 따라야 되겠지만 국회 차원에서도 한번 다시 검토를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