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선왕조의 27대 마지막 왕 순종(純宗·1874.3.25~1926.4.25)이 승하한 지 90년 되는 날이다. 고종과 명성황후 민씨의 둘째 아들. 상당한 독서광으로, 다른 가문의 족보를 달달 외울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났다는 순종은 어려서부터 병약했고 후사는 없다. 그는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없는 삶을 살았다.
태어난 다음 해 세자에 책봉됐다. 21세 때인 1895년 어머니 명성황후 시해 소식을 감금당한 창덕궁에서 들었다. 두 해 뒤 대한제국이 성립돼 다시 황태자에 책봉됐다. 1907년 34세에 일본의 강압으로 고종이 퇴위하자 대한제국 2대 황제에 즉위했다. 양위식(讓位式)에는 고종과 순종 모두 불참해 내관 둘이 대역을 맡았다.
순종의 재위기간은 1907년 7월 20일부터 1910년 8월 22일까지 3년 남짓 하지만 1909년부터 일본 통감이 실권을 잡아 그의 실제 통치기간은 2년이 채 못 된다. 그나마 일본의 무력강점으로 국권이 약해져 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순종은 매국 대신들과 일제 차관이 시키는 대로 윤허만 내렸다. 일부 세력은 황제나 주상이 아닌 ‘창덕궁 전하’라고 불렀다.
우리가 ‘나라가 치욕을 겪은 날’, 국치일(國恥日)로 기억하는 1910년 8월 29일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공식 행사인 한일합병조약 선포식이 열린 날이다. 주권이 일본인의 손으로 넘어갔다. 경제권 경찰권 군사권 등을 상실한 조선왕조는 27대 518년 만에 망했다. 1917년 순종은 강압에 못 이겨 일본을 방문해 천황을 알현했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기 두 해 전이다.
폐위된 망국의 왕 순종은 이왕(李王)이라 불리는 치욕 속에 한 많은 53년의 생을 마쳤다. 순종의 인산례(因山禮)를 기해 6·10 독립만세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