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문턱을 대폭 낮췄다. 개인도 최소 1달러만 있으면 온라인으로 골드만삭스 예금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FT)가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8월 GE캐피털로부터 160억 달러(약 18조2960억원)에 인수한 온라인 은행을 새단장해 지난주 GS뱅크닷컴(GSBank.com)이라는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신설했다고 FT는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시 인수로 약 14만5000명에 달하는 소매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더 확대하려는 것이다. 예금금리는 연 1.05%로 설정했으며 12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는 1%, 5년 만기 CD는 2%의 연 수익률을 각각 보장한다. 이는 씨티은행이나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경쟁 은행들의 오프라인 예금보다 후한 것이다.
FT는 골드만삭스의 온라인 은행 방침이 창사 150년 이래 최대의 변신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은 부자와 권력자들만 골드만삭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그 문호를 서민에까지 대폭 개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소매 금융으로 눈을 돌린 건 금융시장의 변동과 각국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속에 투자은행 수익 모델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올 1분기 순이익이 12억 달러로 전년보다 56% 급감했고 매출은 63억4000만 달러로 약 40% 줄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연율 6.4%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티븐 셔 골드만삭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GS뱅크닷컴 설립 목적은 자금조달원을 더욱 넓히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골드만삭스는 기업금융과 중개예금(wholesale funding)을 통한 자금조달에만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제 일반 소매 고객에게도 접근할 수 있게 돼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개인금융 사이트 너드월렛의 데반 골드스타인 금융전문가는 “다른 온라인 금융사이트 얼라이나 디스커버를 이용했던 고객들이 GS뱅크로 옮길 지는 미지수”라며 “그러나 골드만삭스라는 브랜드는 고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골드만삭스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과도 같다”고 말했다.
제프리 하트 샌더오닐 애널리스트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문호를 넓히는 것이 투자은행 부문의 부진을 만회할만큼 충분할지는 의문이지만 모색할만한 가치는 있다”고 밝혔다.
셔 CSO는 “GS뱅크를 통해 유입되는 새 자금이 아직 초기 단계인 온라인 대출서비스 ‘모자이크(Mosaic)’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골드만삭스는 디스커버의 임원 등 온라인 금융 분야 인재들을 모집해 모자이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이 부문 직원 수는 약 100명에 이르며 올해 말 대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의 새 전략은 금융당국의 규제 방향과도 일치한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대형은행들이 채권이나 대출보다는 예금을 통한 자금 조달을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