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베테랑’에서 ‘검사외전’까지. 2015년은 남자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다. 그러나 올해는 강렬한 캐릭터를 앞세운 여자배우들의 스크린 반격이 시작된다.
출발의 테이프는 이달 13일 개봉한 ‘해어화’다. 34회와 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연이어 수상한 한효주와 천우희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최고의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해어화’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기생이자 예인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반창꼬’, ‘광해, 왕이 된 남자’, 드라마 ‘동이’, ‘찬란한 유산’ 등에서 활약한 한효주는 극중 정가의 명인이자 최고의 예인 소율 역을 맡아 수준 높은 정가 실력을 뽐낸다. 그는 또 가수를 꿈꾸는 마지막 기생의 모습으로 순수함과 도발적인 매력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 ‘한공주’로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손님’, ‘우아한 거짓말’, ‘써니’ 등 선 굵은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겨 온 천우희는 극중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연희 역을 맡아 애절한 노래와 심도 있는 감정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효주와 천우희는 극중 경성 제일기생학교 ‘대성권번’에서 빼어난 미모와 월등한 실력을 자랑하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어긋난 운명의 길을 걷게 되는 사이로 만난다. 이들의 연기 대결은 이 영화가 주는 특별한 관심거리다.
‘가족계획’의 김혜수와 ‘덕혜옹주’의 손예진 역시 2016년 여성 주연 영화 시대를 열 전망이다. ‘가족계획’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여배우 주연이 자신에게 없는 가족을 만들기 위해 기상천외한 계획을 세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는 최근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보여준 강인한 형사의 모습에서 벗어나 귀엽고 발랄한 매력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덕혜옹주’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와 그녀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손예진은 실존 인물이자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 역을 맡아 1930년대와 1960년대를 오가며 비운의 삶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김진호 대중문화평론가는 “여배우가 전면에 나선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만큼 한정적인 시나리오로 인한 흥행작의 부재 때문”이라며 “전지현이 주연을 맡아 1000만 관객을 넘은 ‘암살’처럼 이제는 남자배우와 여배우의 구분이 없어져야 한다. 영화 산업적인 측면에서 작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더 많은 관객을 모으기 위해서는 여배우의 활약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